특허권은 재산권(property right)의 일종이며 재산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배타적 소유의 권리(right to exclude)입니다. 따라서 발명자나 양도인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서 특허권을 취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발명을 배타적으로 실시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허의 침해가 발생했을 때 특허권자는 권리침해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보전 받기 위해 침해인으로부터 금전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구제의 수단으로 침해금지명령(injunction)이 있습니다.

손해배상과 달리 침해금지명령은 법적 구제방안(legal remedy)이 아니라 형평성(equity)을 맞추기 위해 허락하는 형평적 구제방안(equitable remedy)이기 때문에 침해행위만으로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재량에 따라 내려질 수도 있고 안 내려질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법원의 재량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런 판단의 잣대 없이 판사의 기분에 따라 마구잡이로 정해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미국의 특허권 침해행위에 대해 영구적 침해금지명령을 내리는 것이 타당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연방대법원 판례인 eBay Inc. v. MercExchange, L.L.C., 547 U.S. 388, 391 (2006)의 결정을 따르고 있는데요. 영구적 특허침해금지명령에 관한 eBay 판례의 네 가지 판단요소(four-factor test)는 금지명령 일반에 전통적으로 적용되어 온 네 가지 요소에 대응되며, 그 네 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침해금지명령을 구하는 자가 막대한 손해(irreparable damage)를 입었을 것.
  2. 금전적 손해배상 등의 법적 구제방안으로는 그러한 피해를 보전하기에 부족할 것.
  3. 원고와 피고가 처한 어려움을 비교형량할 시 형평적 구제방안의 필요성이 존재할 것.
  4. 침해금지명령으로 인하여 공공의 이익이 저해되지 않을 것.

여기에서 이 네 가지 요소에 대한 입증책임은 모두 침해금지명령을 구하는 자에게 있습니다. 한편 위에서 열거한 네 가지 요소 중 첫 번째는 이미 입은 막대한 손해 또는 판매량의 하락(lost sale)이나 가격 하락(price erosion)에 따라 장차 있을 수 있는 막대한 손해의 가능성 등을 보임으로써 입증할 수 있습니다.

지난 달에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U.S.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에서 쟁의가 되었던 Nichia Corporation v. Everlight Americas, Inc. 사건에서 바로 이 침해금지명령의 판단요소가 주요 논점이 되었습니다.

원고인 Nichia Corp.는 세계 최대규모의 LED(발광 다이오드) 소자 생산공급업체로서 자사가 소유한 세 건의 LED 관련 특허 침해를 이유로 피고인 Everlight Electronics Co.를 대상으로 연방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지방법원은 Everlight가 세 건의 특허를 모두 침해하였음을 인정하고 금전적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였으나, 피고의 과거, 현재 및 미래의 침해행위가 원고 Nichia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혔음을 원고가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였고 금전적 손해배상액이 Everlight가 Nichia에게 입힌 손해를 보전하기에 충분하다는 이유를 들어 Nichia의 영구적 특허침해금지명령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즉, eBay 판례의 네 가지 판단요소 중에서 첫 번째 요소(막대한 손해)와 두 번째 요소(충분한 금전적 손해배상액)가 만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결정에 불복한 Nichia는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고를 하였고, 항소법원은 Everlight의 특허침해 사실을 모두 확인하였으나 지방법원이 특허침해금지명령신청을 거절함에 있어서는 재량권을 남용(abuse of discretion)하지 않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eBay 판례 첫 번째 요소의 만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항소법원은 사실심에서 원고 Nichia가 피고의 침해행위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입었음을 증명하지 못했으며 실제로 피고 Everlight의 침해행위에도 불구하고 적법한 라이센스 제품의 가격이 하락하지 않았고 판매량의 변동도 미미했음에 주목했습니다. 또한 Nichia는 LED 소자의 제조사일 뿐아니라 패키징 업체이기도 한 반면 Everlight는 패키징만 하는 업체이고, 또 원고 Nichia는 직접 수요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반면 피고 Everlight는 판매업자들에게 주로 제품을 공급하는 등 양측의 거래 대상이 서로 상이하여 Everlight이 직접적인 경쟁상대가 되지 않았던 점 역시 지적했습니다. 다만 원고 Nichia가 자사의 주요제품에게 심각한 위협을 준 경쟁업체들에게 특허 라이센스를 주었다는점을 들어, Everlight에게 영구적 특허침해금지를 명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Nichia가 Everligh의 침해행위 때문에 막대한 손해를 입지는 않았으리라는 결정적인 증거로 간주한 지방법원의 판단에는 오류가 있었다고 보고, 라이센스 사업이 이루어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지 않았다고 단번에 결론을 내릴 수는 없음을 확인한 후, 막대한 손해를 입지 않았다는 하나의 근거로 볼 수는 있다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항소법원은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하여 eBay 판례의 첫 번째 요소가 만족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린 지방법원의 판단에 명확한 하자(clear error)가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eBay 판례의 두 번째 요소의 만족 여부를 다루는 대신 다음 문장으로 갈음하였습니다.

“Because we affirm the court’s conclusion on irreparable harm, we do not reach the adequacy of monetary damages.”

즉, 원고 Nichia가 형평적 구제방안의 네 가지 요소 중 첫 번째 요소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으므로 두 번째 요소는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eBay의 네 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만족하지 못하면 형평적 구제를 받을 수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