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의사소통 혹은 변호사가 의뢰인을 위해서 작성한 법률적 자문을 포함한 서면 등은 법원이 공개를 요구하거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특별한 비밀유지특권(attorney-client privilege)의 대상이 됩니다. 따라서 소송 당사자에게 있어 특정 문서 혹은 소통의 내용이 변호사-의뢰인의 비밀유지특권에 의해 보호되는지의 여부는 항상 중요한 이슈가 됩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변호사-의뢰인의 비밀유지특권이 광범위하게 인정되는데, 법률적 사안에 대해 변호사의 검토를 받는 것이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특권에 따라 그 정보 혹은 문서가 보호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에 매우 중요해집니다.

지난 번 소개해드린 2016년 6월 13일 내려진 대법원 사건인 Halo Electronics에서 대법원은 고의적 특허침해에 대해 징벌적 손해 배상의 적용 요건을 완화하였습니다. 즉, 특허 침해자가 “객관적인 무모함(objective recklessness)”이 있었음을 특허권자가 입증해야한다는 요건을 없애고, 특허 침해자의 “주관적인 인식(subjective knowledge)”의 입증만으로 징벌적 손해 배상을 판단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한 것입니다. 또한 특허침해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위한 특허권자의 입증 책임 정도를 기존에 요구되던 명백하고 확신할만한 증거(clear and convincing evidence) 기준에서 우세한 증거(preponderance of the evidence) 기준으로 낮췄습니다. 다시 말해 Halo 판결로 인해 특허 침해 소송에서 승소한 특허권자가 징벌적 손해액을 주장, 받아들여지는 것이 더 쉬워진 것입니다.

이에 따라 특허 침해 소송에서 패소한 피고인 입장에서는 특허 침해에 대한 “주관적인 인식”이 없었음을 적극적으로 방어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요, 이러한 피고인의 방어를 더욱 어렵게 만들 법원의 명령이2016년 12월 13일에 노스캐롤라이나 연방지방법원에서 나왔습니다. 특허 침해 여부에 대해 특허 변호사의 자문을 받고 비침해 의견서를 받았다든지 등의 변호사 자문에 기반한 방어 주장을 피고인이 하는 경우, 피고인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해당 문서에 대해서는 변호사-의뢰인간 비밀유지특권을 포기(waiver)하고 증거개시 절차(discovery)에서 상대방에게 해당 문서를 공개해야 하는데, 이러한 특권 포기의 범위가 어디까지 적용되어야 하는지가 다투어진 사건입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연방지방법원의Krausz Industries Ltd. v. Smith-Blair사건에서, 원고 Krausz Industries Ltd.(“Krausz”)는 피고 Smith-Blair, Inc.(“Smith-Blair”)가 고의적으로 특허 침해를 하였다고 주장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 Smith-Blair는 특허침해여부에 관하여 변호사 자문 결과를 신뢰하였고, 따라서 “주관적인 인식”이 없다는 방어를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원고 Krausz는, 그 변호사 자문 주장에 관련된 다양한 변호사-의뢰인간 의사소통 내용과 그 결과물(work product)을 증거개시(discovery)를 통해 원고에게 공개하도록 명령할 것을법원에 신청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 Smith-Blair는 특허소송이 제기되기 이전에 Wood Herron & Evans LLP (이하 “Wood Herron”) 로펌으로부터 받은 특허 침해에 관해 감정서(Opinion)를 신뢰하였었기 때문에 고의적 특허 침해가 없다고 주장하였고, 또한 특허 소송이 진행되기 전에 이뤄진 Wood Herron 로펌과의 의사소통 내용 및 결과물에 대해서만 비밀유지특권 포기가 적용하는 것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반해 원고 Krausz는 지속적인 고의적 특허 침해가 원고에 의해 주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피고가 변호사 자문을 기반하여 고의성이 없다고 방어 주장을 하는 경우에는 더 넓은 비밀유지특권 포기를 적용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즉 소송이 제기전에 있었던 의사소통이나 감정의견 뿐 아니라, 의사소통이 이뤄진 날짜에 상관없이 특허와 관련된 다양한 변호사-의뢰인의 의사소통 내용 및 결과물 (예, 감정서)이 원고에게 증거개시 절차를 통해 공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소송이 제기된 이후에도 Wood Herron 로펌은 Smith-Blair의 사내 변호사뿐만 아니라 Smith-Blair의 소송 담당인Smith Anderson Blount Dorsett Mitchell & Jernigan LLP (이하 “Smith Anderson”) 로펌과도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서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이에 대해 Krausz는 Wood Herron 로펌이 Smith-Blair의 소송 담당 팀의 일부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 Smith-Blair와 자문 로펌 Wood Herron사이 뿐만 아니라 Wood Herron과 소송 로펌 Smith Anderson, 그리고 피고Smith-Blair와 소송 로펌 Smith Anderson 사이의 모든 의사소통 내용과 결과물에 대해 증거개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연방지방법원은 대법원 판결 Halo가 고의적 침해를 입증하기 위한 기준을 완화한 배경, 즉 침해자에 대해 적절한 유책성(culpability)을 물기 위함이었다는 것에 주목하면서, 기존의 경우보다 비밀유지특권 포기 범위를 확장하는 것에는 동의하였습니다. 먼저 비밀유지특권 포기 대상의 시간적 측면에서 있어서 연방지방법원은 원고 Krausz의 손을 들어주면서 소송이 제기된 이후에 이뤄진 변호사-의뢰인 의사소통 내용과 결과물에 대해서도 공개를 명령하였습니다. 하지만 비밀유지특권 포기의 대상이 되는 의사소통 및 결과물에 대해서는 원고 Krausz의 주장에 일부만 동의했습니다. 즉, 피고 Smith-Blair와 자문 로펌 Wood Herron 및 Wood Herron과 소송 로펌 Smith Anderson 사이의 의사소통 내용에 대해서는 원고에게 공개를 해야 한다고 한 반면, 피고 Smith-Blair와 소송 로펌 Smith Anderson 사이의 의사소통 내용은 보호되어야 한다고 명령에 명시했습니다.

위의 명령은 한 지방법원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향후 다른 연방지방법원 혹은 항소법원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위 지방법원의 명령은 피고인 Smith-Blair에게 아주 가혹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단순히 고의적 특허 침해를 피하기 위해 Wood Herron으로부터 특허 비침해를 확인하는 자문을 받았다고 주장한 것이 오히려 소송 이후에 이뤄진 Wood Herron과의 서신 내용뿐만 아니라 Wood Herron과 소송 담당 로펌인 Smith Anderson과의 서신 내용을 공개해야 하므로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 중 피고가 고려했던 전략과 이슈들이 알려지게 될 위험을 떠안게 된 것입니다.

고의적 특허 침해로 인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특허 경고장을 처음 받았을 경우 특허 변호사의 자문을 요청하고 특허 비침해 의견서를 받는 등, 특허 침해를 구성한다는 주관적 인식이 명백히 없었음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변호사 자문을 신뢰했다는 방어 주장에 대해 증거개시 범위가 불필요하게 확장되는 결과를 막기 위해서는 처음 경고장에 대한 자문을 제공한 변호인과 특허 침해 소송 담당 변호인과의 의사소통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특허 소송이 제기된 이후에도 지속되는 자문 변호사와의 정보 교환은 증거개시에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정보 교환 전에 그 내용이 특허 소송에서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 자세히 검토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물론 어느 경우에든, 회피설계나 실시허락 등을 받는 등과 같이, 타인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기 위한 선의의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