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의 배경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원년이었던 2022년 한 해 동안 644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하였습니다. 이는 2021년 사망자 수(683명)에 비 하면 다소 감소한 수치이나, 정작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업장에서의 사망자 수 는 256명으로서 2021년의 248명에 비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1년이 넘은 현재까지 법 실효성에 대한 논란 가운데 일선 노 동청은 총 34건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였고(2022. 12. 31. 기준), 검찰은 이 중 14건에 대하여 기소, 1건을 불기소하였습니다(2023. 3. 31. 기준). 또한 모두의 관 심 속에 법원은 2023. 4. 6.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의 첫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대재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2. 기소 사례로 본 수사 동향

현재 검찰이 기소한 14건의 중대재해 사건은 주로 법 시행 직후 내지 2022년 상반기 에 발생한 중대재해입니다. 기소된 14건을 기준으로 볼 때 중대재해 사고 발생 후 기 소까지는 8 ~10개월 정도가 소요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구체적 사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현재까지 기소된 사건들은 상대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 명확한 것으 로 보이고, 많은 사건들이 더 오랜 기간 수사 중에 있습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 9건, 제조업 4건, 채굴업 1건입니다. 피재자 소속으로 분류하면 하청 소속인 경우가 10건으로 대다수인데, 하청의 경영책임자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원청의 경영책임자가 예외없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되었습니다. 또한 최고 안전관리책임자(CSO)를 두었다 하더라도 실질적·최종적인 권한을 가진 대표이사가 기소되었습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건인 A사 양주시 채석장 사망사고의 경우, 검찰은 A사 의 대표이사가 아닌 그룹 회장을 경영책임자로 보아 기소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때 A 사 대표이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기소되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서 열거한 안전보건확보의무의 구체적 내용 중 기소 시에 주로 문제된 위반 사항은 ‘안전보건 관리책임자의 업무수행평가 기준 마련’(11건), ‘유해·위험요인을 확인, 개선하고 이를 점검하는 절차의 마련’(7건), ‘급박 한 위험이 있을 경우를 대비한 매뉴얼 마련과 점검’(6건) 등입니다. 특히 기소 사건에서는 하나의 의무 위반만이 기소 근 거로 제시된 것이라 아니라, 여러 개의 의무 위반이 동시에 지적되었습니다.

3. 첫 선고로 본 판결 동향

법원은 2023. 4. 6. 고양시 소재 요양병원 증축공사 중 발생한 하청업체 근로자의 추락 사고 건에 관하여 첫 판결을 선고 하였습니다(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3. 4. 6. 선고 2022고단3254 판결). 법원은 원청 대표이사에 대하여 중대재 해처벌법위반죄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6월 및 집행유예 3년을, 원청 회사에 대하여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 및 산 업안전보건법위반죄를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3,000만원을 각 선고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과 검찰 모두 항소하 지 않아 2023. 4. 14. 위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이번 판결에서는 원청의 대표이사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됨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위반으로 처벌된 원청 소속 현 장 책임자 및 하청업체 소속 현장 책임자보다 무겁게 처벌됐습니다.

다만, 이번 판결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가 인정되는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피고인 들이 실질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안전보건확보의무를 거의 이행하지 않았고 재판에서 이를 자백함에 따라, (계 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안전보건확보의무의 구체적인 이행여부나 안전보건확보의무의 불이행과 중대재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이어질 판결의 추이를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B 제강 회사 사건의 판결 선고가 2023. 4. 26.로 예정되어 있는 바, 귀추가 주목됩니다.

4. 고용노동부의 정책 동향

고용노동부는 2022. 11. 30.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기존의 ‘처벌과 규제’ 중심의 정책에서 탈피하여 ‘자 기규율에 의한 예방’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이어서 2023. 1. 31. 발표한 ‘2023년도 산업안전보건감독 종합계획’에서도 위 로드맵의 내용을 반영하 여 사전적인 재해예방을 위한 위험성 평가를 매우 강조하였습니다. 그 일환으로 기존의 정기감독을 ‘위험성평가 특화점 검’으로 전환∙ 실시할 것임을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즉, ① 위험성평가를 실시하는지, ② 위험성평가에 근로자를 참여시 키는지, ③ 아차사고∙ 산업재해를 위험성평가에 반영하는지, ④ 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와 가장 위험하다 고 생각하는 위험요인은 무엇인지, ⑤ 수립한 위험성 개선대책을 실행하고 확인하는지, ⑥ 위험성평가의 결과를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 안전교육 등을 통해 근로자 등에게 공유∙ 전파하는지 여부 등을 면밀히 확인하여 중대재해 발생을 사전에 억제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기업에서는 이러한 고용노동부의 정책에 따라 유해·위험요인을 사전에 식별하여 개 선 대책을 수립하는 위험성평가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를 발족하고 법령 개선 작업도 추진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 도 적지 않아 법령 개정의 수준이나 가능성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5. 시사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에는 법 준수를 위한 형식적 사항이 강조되는 경향도 있었으나, 실질적으로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보건관리체계의 작동하는지 여부가 법적 대응을 위한 측면에서 중요해 보입니다. 즉, 형식상 최고안전관리 책임자(CSO)를 선임하였더라도 경영책임자는 실질적인 사업 및 안전보건사무를 총괄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엄격 히 판단하고 있으며, 안전보건 매뉴얼들을 갖추고 있더라도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면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경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