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HJ의 미국 특허 8,488,173(이하 “‘173 특허”)은 종래의 복사기에서 종이를 삽입하면 단순히 복사가 되는 대신에 다른 장소에 있는 또 다른 복사기로 복사가 되도록 하는 기술을 다루었으며 최우선일이 무려 20여 년 전인 1997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기술이었습니다. 또한 이 기술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한 “가상 복사기”를 일반 컴퓨터에 실행하면 아무 PC에서나 GO 혹은 START 버튼 하나만 눌러서 자동으로 다른 기기 혹은 인터넷으로 복사를 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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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기 제조사인 리코(Ricoh), 제록스(Xerox), 렉스마크(Lexmark) 등은 ‘173 특허를 무효화하기 위하여 미국 특허청의 특허심판원(Patent Trial and Appeal Board; PTAB)에 특허무효심판(Inter Partes Review)을 신청하였고 PTAB은 신청인의 요구를 받아들여 ‘173 특허가 제록스 등이 이미 개발한 바 있는 선행기술(prior art)에 의해 신규성이 결여된다고 심결하였습니다.

무려 400여 단어로 이루어진 ‘173 특허의 1번 청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A system capable of transmitting at least one of an electronic image, electronic graphics and electronic document to a plurality of external destinations including one or more of external devices, local files and applications responsively connectable to at least one communication network, comprising:

at least one network addressable scanner, digital copier or other multifunction peripheral capable of rendering at least one of said electronic image, electronic graphics and electronic document in response to a selection of a Go button; at least one processor responsively connectable to said at least one memory, and implementing the plurality of interface protocols as a software application for interfacing and communicating with the plurality of external destinations including the one or more of the external devices and applications, wherein one of said plurality of interface protocols is employed when one of said external destinations is email application software; wherein a plurality of said external destinations is in communication with said at least one network addressable scanner, digital copier or other multifunction peripheral over a local area network; wherein at least one of said external destinations receives said electronic image, electronic graphics and electronic document as a result of a transmission over the at least one communication network; wherein, in response to the selection of said Go button, an electronic document management system integrates at least one of said electronic image, electronic graphics and electronic document using software so that said electronic image, electronic graphics and electronic document gets seamlessly replicated and transmitted to at least one of said plurality of external destinations; wherein at least one of said electronic image, electronic graphics and electronic document is processed by said at least one network addressable scanner, digital copier or other multifunction peripheral into a file format, and wherein a plurality of said external destinations are compatible with said file format without having to modify said external destinations; and wherein upon said replication and seamless transmission to at least one of said external destinations, said electronic image, electronic graphics and electronic document is communicable across a network to at least three other of said external destinations, and is optionally printable by said printer.

여기서 주요 쟁점이 되었던 것은 바로 “seamless transmission”이란 대목이었습니다. 바로 특허권자인 MPHJ는 종래 기술과의 차이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 “seamless transmission”이 버튼을 누른 후 복사와 전송이 되기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추가 조작을 요하지 않는 원터치 방식을 요구하는 것으로 좁게 해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MPHJ는 ‘173 특허의 청구항은 추가적인 사용자 조작을 요하지 않는 원터치 방식으로만 한정하여 해석해야 하며, 제록스가 개발한 종래 기술은 사용자가 중간에 드래그 앤 드롭 입력을 하는 추가 단계가 존재하므로 ‘173 특허의 기술을 무효화 할 수 없음을 역설했습니다. MPHJ는 “seamless”라는 표현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근거로서 ‘173 특허의 기반이 되었던 가출원(provisional application) 60/108,798(이하 “‘798 가출원”)을 들었습니다. 바로 ‘798 가출원에는 버튼 하나만 눌러서 이미지를 복사하고 전송하는 원터치 동작방식이 두 차례 언급된 바 있었는데요, MPHJ는 바로 ‘798 가출원의 이런 대목에 의하여 ‘173 특허의 청구항에 담긴 발명의 범위가 명시적으로 한정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비록 ‘173 특허 명세서 자체에는 원터치 방식에 관한 내용이 빠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798 가출원 역시 ‘173 특허의 출원심사과정(prosecution history)의 엄연한 한 부분이므로 얼마든지 청구항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PTAB은 ‘173 특허의 청구항이 사용자의 추가 조작을 요하는지 여부를 가리지 않고 모든 종류의 스캔이나 이메일 전송을 포함한다고 해석하였으며 결과적으로 ‘173 특허는 무효화 되었습니다.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U.S.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 역시 MPHJ Technology Investments, LLC. v. Ricoh Americas Corp. 사건에서 PTAB의 손을 들어 주었는데, 가출원이 청구항을 해석하는 데 분명 도움을 줄 수 있음은 인정하면서도, 당해 사건에 관한 한은 ‘798 가출원에 명시돼 있던 원터치 동작방식에 관한 내용이 실제 ‘173 특허 명세서에서는 누락되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청구항의 범위를 가늠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즉, 통상의 기술을 가진 자라면 ‘173 특허 명세서에서 원터치 동작에 관한 내용이 일부러 삭제되었고 오히려 원터치 동작방식이 “선택 사항”라고 명시된 점에 주목했을 것이며, ‘173 특허청구항의 범위에서도 원터치 동작방식은 어디까지나 “선택 사항”이라고 이해했으리라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특허권자인 MPHJ는 특허를 유지시키기 위하여 20년 전의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가출원에 나와있는 몇 단락의 구절에 특허의 사활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이 전략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명세서에 없는 내용을 가출원서로부터 끌어다 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듯했지만, 반대로 가출원서에 있던 내용을 명세서에서 삭제하였음을 시인하는 꼴이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불리한 해석을 낳고 말았습니다. 하루라도 앞선 우선일을 확보하기 위해 가출원서를 제출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지만, 가출원을 너무 서둘러 하는 과정에서 발명의 본질을 잘 담아내지 못하면 훗날에 본 출원을 할 때 실제 명세서와의 간극이 생겨서 위에서 확인한 것과 같이 금반언(estoppel) 효과를 만들어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출원을 하는 시점이나 본 출원을 하는 시점에서 모두 신중을 기하여 발명의 범위가 너무 서로 어긋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한 이번 사건에서처럼 특허가 출원되고 나서 최우선일 이후로 오랜 기간 동안에 걸쳐 미래에 새로 나오는 기술들에 대해 특허권을 행사하고자 한다면 특허가 최종적으로 등록이 되기 전에 끊임없이 계속 출원(continuation applications)을 함으로써 기술 동향에 따라 언제든지 새로운 청구항을 출원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는 것도 한 가지 전략이 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런 계속출원 전략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최초 출원의 명세서가 향후 개발되는 구체적인 기술을 포함할 수 있는 청구항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충실하게 작성되어야 함은 재차 강조하여도 부족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