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특허 침해의 의심을 받는 당사자가 이를 다툴 수 있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연방법원에서 해당 특허가 무효이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거나 설령 특허가 유효하다고 할지라도 그 특허에 대한 침해행위를 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특허청의 심판기관인 PTAB(Patent Trial and Appeal Board)에서 Inter Partes Review(IPR)를 통해 특허의 무효 여부를 다투는 것입니다.연방법원과 PTAB 모두 특허에 관한 동일한 법(U.S. Code: Title 35)을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연방법원은 사법기관이며 PTAB은 행정기관이라는 차이가 있고, 절차와 기준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차이를 보입니다.

PTAB의 심판 주체는 사법기관의 판사가 아닌 행정심판관(administrative judge)인데 보통 3인의 특허 심판관이 합의체를 이루어 심판을 하며 그 결과에 불복하는 자에게는 사법기관인 연방순회항소법원(U.S.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에 심결취소의 소를 제기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연방순회항소법원과 그 상급기관인 연방대법원(Supreme Court of the United States)의 판결은 그 판결 순간부터 특허청의 PTAB에 구속력을 미치게 됩니다. 그 말인즉슨 PTAB이 상위기관의 판결을 무시하고 그에 위배되는 심결을 내렸다가 항소가 될 경우, 항소심에서 파기되어 환송되어 내려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의미입니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의 Novartis AG v. Noven Pharm, Inc. 사건에서 항소인 노바티스(Novartis) 측은 자사의 특허 두 건(U.S. Patent Nos. 6,316,023 및 6,335,031)이 IPR에서 PTAB에 의해 자명성(obviousness)을 이유로 무효화된 데 대해, PTAB이 델라웨어 지방법원과 연방순회항소법원의 판례들을 따르지 않았으므로 IPR의 결과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IPR 결정이 나기 전에 노바티스는 이미 델라웨어 지방법원과 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피항소인 노벤(Noven)뿐 아니라 왓슨 랩스(Watson Labs)와 파팜(Par Pharm) 등 기타 제약회사들에 맞서서 동일한 특허에 대해서 사실상 동일한 사실관계와 법적 이슈를 놓고 수 차례 접전을 치러 승리를 거둔 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노바티스는 IPR에서도 PTAB이 이러한 판례를 그대로 인용하여야 한다는 논리를 펼친 것입니다.

하지만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자명성에 관한 PTAB의 법리에 하자가 없음을 확인한 후 본 IPR 건에서 PTAB이 법원의 판례를 따랐어야 하는가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도 놀랍게도 “No”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항소법원은 일단 IPR과 이에 선행한 특허소송들 사이에 사실관계 면에서 차이가 있었음을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어 왓슨 랩스와의 법정소송에서는 제시되지 않았던 새로운 선행기술이 IPR에서 다루어졌는가 하면 그 밖에도 추가적인 증거물들이 제시되었기 때문에 IPR과 다른 사건들이 사실관계에 있어서 완전하게 동일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항소법원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설령 제시된 증거와 기타 사실관계가 완전하게 동일했다고 할지라도 노바티스의 주장은 법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고 판시했습니다. 왜냐하면 PTAB이 주관하는 IPR과 법원이 주관하는 특허소송은 입증책임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IPR은 우세한 증거(preponderance of evidence)를 요구함에 반해 법원이 요구하는 것은 명백하고 확신할 만한 증거(clear and convincing evidence)입니다. 따라서 PTAB이 새로운 기준에 따라 기존의 법원 판례와 상반되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법리입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항소법원은 연방대법원의 Cuozzo Speed Techs. v. Lee 판례를 인용했습니다.

[a] district court may find a patent claim to be valid, and the [USPTO] may later cancel that claim in its own review. . . . This possibility, however, has long been present in our patent system, which provides different tracks—one in the [USPTO] and one in the courts—for the review and adjudication of patent claims. As we have explained . . . , inter partes review imposes a different burden of proof on the challenger. These different evidentiary burdens mean that the possibility of inconsistent results is inherent to Congress’[s] regulatory design.

즉, 의회가 제정한 미국의 특허소송 체계는특허청(USPTO)과 법원으로 이원화되어 있으며, 이 두 기관에서 서로 상반되는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다는 점은 원래 시스템적으로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항소법원은 또한 기존 연방순회항소법원 판례인 In re Baxter International에서 “특허청은 동일한 증거물과 법리에 기초한 법원의 결정에 대해서 서로 다른 결론에 다다르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다(ideally should not arrive at a different conclusion)”라고 판시한 데 대해서도 “이상적”이란 표현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지향하고자 하는 목표를 제시하는 것(aspirational)일 뿐, 국회가 특허청에게 특허에 관한 독특한 리뷰 메커니즘을 허락하였음을 오히려 확인해 주는 것이지 특허청이 언제나 반드시 법원과 동일한 결론을 내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역설했습니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의 이번 결정을 넓게 해석해야 할지 아니면 이번 사건관계에 관한 것으로만 좁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PTAB이 연방순회항소법원과 연방대법원의 판례의 구속력을 받는다는 것은 변치 않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도 보았듯이 본 사건의 특허 무효사유로 대두된 자명성의 경우 그 판단은 본질적으로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한 법적인 문제(“a question of law based on underlying findings of fact”)이기 때문에 사실관계에 관한 입증책임의 기준이 달라질 경우 받아들여지는 사실관계에 차이가 생겨나서 종국적인 결론에까지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법원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았다 할지라도 게임이 완전히 끝났다고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