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최근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한 외국 판결의 집행 가능성을 인정(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8다231550 판결)하고, 외국 판결 집행의 요건이 되는 송달의 범위를 종전보다 넓게 판단하는 등(대법원 2021. 12. 23. 선고 2017다257746 판결) 외국 판결 내지 중재판정의 집행 실무상 중요한 함의를 갖는 판결들을 잇따라 선고하고 있습니다. 이에 추후 외국 판결을 국내에서 집행하고자 할 경우 변경된 법리 및 관련 절차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이하에서는 외국 판결의 집행에 관하여 최근 선고된 주요 판례들을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I.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한 외국 판결의 집행 가능성 (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8다231550 판결)

민사소송법 제217조의2 제1항은 손해전보의 범위를 초과하는 배상액의 지급을 명한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승인을 적정범위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또한 종래 하급심 법원에서는 “불법행위의 효과로 손해의 전보만을 인정하는 우리의 민사법 체계”에서는 징벌적 배상이 “우리 나라의 공서양속에 반할 수 있다”고 판시하며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한 외국 판결의 승인을 제한하기도 하였습니다(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1995. 2. 10. 선고 93가합19069 판결).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우리나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에서도 실제 손해액의 3배 범위 내에서 손해배상을 허용하는 규정이 있음을 들어(소위 “3배 배상”), 우리나라의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는 행위에 대해 손해액의 3배 배상을 명한 미국 하와이주 법원 판결을 승인하는 것이 “우리나라 손해배상제도의 원칙이나 이념, 체계 등에 비추어 도저히 허용할 수 없는 정도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2022. 3. 11. 선고 2018다231550 판결). 대법원은 해당 판결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된 행위가 “우리나라에서 손해전보의 범위를 초과하는 손해배상을 허용하는 개별 법률의 규율 영역에 속하는 경우”라면, 3배 배상을 명한 외국재판의 승인이 우리 법의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위 대법원 판결에서 말하는 “우리나라에서 손해전보의 범위를 초과하는 손해배상을 허용하는 개별 법률의 규율 영역”은 우리 법제상 징벌적 손해배상이 허용되는 영역을 가리키며, 결국 대법원은 우리 법제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허용되는 영역이라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한 외국 판결의 집행도 허용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현재 국내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이 규정된 법령의 예로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5조 제2항,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2항,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3항, 개인정보 보호법 제39조 제3항, 제조물 책임법 제3조 제2항, 특허법 제128조 제8항, 디자인보호법 제115조 제7항,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제6항, 상표법 제110조 제7항,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09조 제2항 등이 있고, 앞으로도 관련 법령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한 외국 판결의 집행이 문제될 경우, 국내법상 관련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허용되는지 여부 및 관련 법령상 징벌적 배상의 허용범위 등을 살펴 외국 판결의 집행가능성을 검토하여야 하겠습니다.

II. 외국 판결 집행을 위한 ‘적법한 송달’ 요건 (대법원 2021. 12. 23. 선고 2017다257746 판결)

외국법원의 확정판결 또는 이와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는 재판이 국내법원에서 승인되려면, “패소한 피고가 소장 또는 이에 준하는 서면 및 기일통지서나 명령을 적법한 방식에 따라 방어에 필요한 시간여유를 두고 송달받았거나(공시송달이나 이와 비슷한 송달에 의한 경우를 제외한다) 송달받지 아니하였더라도 소송에 응하였을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여야 합니다(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

종래 대법원은 외국 판결이 공시송달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경우뿐 아니라, 보충송달에 기초하여 내려진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집행을 불허하는 판결을 내려왔습니다. 즉 대법원은 외국 판결의 승인에 있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따른 송달이란 보충송달이나 우편송달이 아닌 통상의 송달방법에 의한 송달을 의미”한다고 보아, 보충송달(송달받을 사람을 만나지 못하여서 그 사무원, 피용자(被用者) 또는 동거인으로서 사리를 분별할 지능이 있는 사람에게 서류를 교부하는 송달 방법, 민사소송법 제186조 제1항)에 기초하여 내려진 외국판결은 국내법원에서 집행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던 것입니다(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 등).

이와 달리 우리나라 판결의 경우 보충송달 방식으로 송달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그 집행이 허용되므로, 종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외국 판결의 경우에는 해당 소송서류를 본인에게 직접 전달하여야만 송달 요건이 충족될 수 있어 우리나라 판결에서보다 더 엄격한 방식으로 송달이 이루어져야만 집행이 확보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최근 2021. 12. 23. 선고 2017다257746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외국재판 과정에서 (본인이 아닌 배우자에게) 보충송달 방식으로 송달이 이루어졌더라도 그 송달이 방어에 필요한 시간 여유를 두고 적법하게 이루어졌다면 위 규정에 따른 적법한 송달로 보아야 한다”면서, “보충송달이 민사소송법에서 요구하는 통상의 송달방법에 의한 송달이 아니라고 본 대법원의 과거 판결들을 모두 변경”한다고 선언하며 종전 판결을 뒤집고 보충송달을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적법한 송달’로 인정하였습니다.

해당 판결은 외국판결의 승인 및 집행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인 ‘적법한 송달’을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온 종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한 점에서 외국 판결의 국내 집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사법절차의 국제적 신뢰를 제고한다는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판결입니다.

III. 판결절차에서의 간접강제 가능 여부 (대법원 2021. 7. 22. 선고 2020다248124 전원합의체 판결)

본안판결 단계에서 부작위채무나 부대체적 작위의무에 대한 간접강제(채무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채권자에게 손해배상을 명함으로써 채무자가 스스로 채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집행방법)를 명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대법원 2021. 7. 22. 선고 2020다248124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일정한 요건이 충족될 경우 ‘판결절차에서도 채무불이행에 대한 간접강제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종전 판례 또한 부작위 채무 및 부대체적 작위의무에 대해 각각 특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판결절차에서도 간접강제를 할 수 있다고 인정하기는 하였습니다만(부작위채무에 대한 대법원 1996. 4. 12. 선고 93다40614, 40621 판결, 2014. 5. 29. 선고 2011다31225 판결 및 부대체적 작위의무에 대한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다50367 판결), 최근 대법원 판결은 본안판결 단계에서 간접강제를 명할 수 있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전원합의체로 해당 논점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실무상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해당 판결에서 다수의견은 판결절차에서 간접강제를 할 수 있는 근거로 ① 본안판결에서 동시에 간접강제에 관한 판결을 하지 못하도록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없고 오히려 개별 법률(언론중재법 제26조 제3항 및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8조 제3항)에서 명시적으로 이를 허용하는 경우도 있는 점, ② 판결절차에서 간접강제를 명할 수 있도록 한 이유는 집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집행공백을 막으려는 데 있는 점, ③ 판결절차에서 간접강제를 명하더라도 채무자인 피고가 간접강제에 관하여 충분히 의견을 진술할 수 있어서 채무자에게 크게 불리하다고 볼 수 없는 점, ④ 판례가 제시하는 요건에 따라 판결절차에서 간접강제를 명하는 것은 분쟁의 종국적인 해결에도 이바지한다는 점 등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수의견과 달리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흥구의 반대의견은 오히려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판결절차에서 간접강제를 명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였습니다. 반대의견은 ① 판결절차와 강제집행절차의 준별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민사집행법에서 정한 절차 규정이 강행규정이라는 점, 강제집행은 국가가 채무자에 대하여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하는 점, 판결절차에서 간접강제를 명할 경우 생략되는 절차의 내용을 고려하면 판결절차에서 명하는 간접강제는 민사집행법이 예정한 간접강제와는 전혀 다른 절차인 점, ② 집행의 실효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집행권원의 성립과 간접강제결정 사이의 시간적 간격은 집행권원의 성립에 소요되는 기간과 비교할 때 극히 짧은 기간인 점, 다수의견이 우려하는 집행공백 기간의 문제는 가처분절차를 통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점, ③ 당사자의 이익형량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부작위채무 등과 그와 다른 종류의 채무를 차별 취급하는 것은 부당한 점, 판결절차에서 간접강제를 명한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채권자에게 실효적인 조치도 아니고 채무자에게 매우 불리한 조치인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본안판결에서 담당재판부가 간접강제를 명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서는, 이를 명시적으로 규율하는 법령상 규정이 없다는 점 및 간접강제의 보충성 원칙으로 인해 실무상 불확실성이 있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부작위채무 및 부대체적 작위채무에 대한 간접강제가 본안절차에서 이루어질 수 있음을 분명히 하여 사법절차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궁극적으로 간접강제를 판결절차에 결합시켜 채권자의 권리를 보다 실효적으로 확보하고자 한 점에서 의미있는 판결입니다.

IV. 개정 중재법상 중재판정 집행절차에서의 변호사보수 산정방식(대법원 2021. 10. 15. 선고 2020마7667 판결)

개정 중재법은 2016. 5. 29. 개정을 통해, 중재판정의 집행을 ‘판결절차’가 아닌 ‘결정절차’에 의하도록 변경하였습니다(중재법 제37조 제2항). 그런데 민사소송 등 인지규칙(이하 “인지규칙”) 제16조 제1호 (가)목은 중재법 개정 전의 ‘중재판정 집행판결’을 구하는 절차상 소가 계산방법(‘집행판결을 구하는 소에서는 중재판정에서 인정된 권리의 가액의 2분의 1’)을 정하여 두고 있을 뿐, 개정된 중재법에 따른 ‘중재판정 집행결정’ 을 구하는 절차상의 소가 계산방법에 대하여서는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않고 있어 불확실성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는 특히 소송비용액확정절차에서 중재판정에 대한 집행절차상 소요된 변호사보수를 산정함에 있어, 변호사보수 산정의 기준이 ‘소가’라는 점에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논점입니다. 소송비용에 산입되는 변호사의 보수는 당사자가 보수계약에 따라 지급하거나 지급할 보수액의 범위에서 각 심급단위로 소송목적의 값(‘소가’)에 따라 정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민사소송법 제109조 제1항,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 제3조 제1항, 제4조 제1항, 민사소송 등 인지법 제2조 제3항).

이에 관하여 최근 대법원 2021. 10. 15.자 2020마7667 판결은 “중재법의 개정 취지와 목적, 규정 체계와 내용 등에 비춰 볼 때 중재판정에 대한 집행 신청사건의 경우에도 민사소송 등 인지규칙 제16조 1호 가목을 유추적용해 중재판정에서 인정된 권리 가액의 2분의 1을 기준으로 소가를 계산하고, 그에 따라 소송비용에 산입될 변호사보수를 산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위 판단의 근거로 ① 당사자가 집행을 구하는 신청에서 승소할 경우 받게 될 경제적 이익은 집행판결을 구하는 소에서 승소할 경우와 같다는 점, ② 중재판정의 집행에 관한 심사기준은 개정 전후로 큰 차이가 없고 당사자들은 종전과 같이 변론기일이나 적어도 심문기일에서 주장과 증명을 해야 한다는 점 등을 들었습니다

위 판결은 중재법 개정 이후 중재판정의 집행 신청사건에서 소송비용 산정 및 부담에 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으며, 향후 중재판정의 집행절차를 착수함에 있어 추후 소송비용액확정절차를 통해 회복 가능한 변호사보수 등의 산정에 있어 예측가능성을 확보한 점에서도 긍정적인 의미가 있는 판결입니다.

V. 외국 판결 집행 절차에서의 소송물 – 외국 판결에 대한 집행판결이 확정된 후 해당 외국 판결이 취소된 경우의 처리(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7다224906 판결)

대법원은 최근 2020. 7. 23. 선고 2017다224906 판결을 통해, 미합중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의 재산분할 판결(외국 판결)에 대한 국내 법원의 집행판결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진 후 해당 외국 판결(재산분할 판결)이 취소되었다면, 그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청구가 집행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은 외국 판결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집행판결은 “외국판결의 옳고 그름을 조사하지 않은 채” 해당 외국 판결이 “민사소송법에서 정하는 승인·집행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만을 심사하여 집행력을 부여”하는 것일 뿐이라고 판시하면서, 집행판결의 소송물은 “외국판결을 근거로 우리나라에서 집행력의 부여를 구하는 청구권이고, 외국판결의 기초가 되는 실체적 청구권이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7다224906 판결).

위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국내 법원의 집행판결은 외국 판결에서 문제된 실체적 청구권의 내용을 확정하는 효력은 없고 단지 집행력을 부여하는 것으로서, 국내 집행판결이 확정되고 그에 기초한 집행이 이루어진 이후라 하더라도 추후 실체적 법률관계를 다투는 외국 법원에서의 소송의 추이에 따라 해당 집행판결을 새롭게 다툴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향후 외국판결을 기초로 한 강제집행이 국내에서 문제되는 경우, 국내 법원에서의 집행절차만이 아니라 해당 외국판결 자체를 다투는 방법 등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법적 쟁송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