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SPR-Cas9 유전자 가위는 특정 염기서열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RNA(CRISPR)와 특정 염기서열을 잘라내는 효소(Cas9)로 구성된 시스템으로 소위 3세대 유전자 가위로 일컫어지는 기술입니다. 이는 유전자 교정을 요하는 다양한 기술분야에 활용될 수 있으며, 적용가능한 잠재적 시장규모는 천문학적일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상기 기술에 대해서는 여러주체가 개별적인 연구개발 및 특허출원을 진행하였는데, 그 중 가장 빨리 특허를 획득한 곳은 브로드 연구소, MIT 및 하버드 대학(이하, 브로드 연구소)이었습니다. 하지만, 브로드 연구소보다 먼저 특허출원을 진행한 캘리포니아대학, 비엔나 대학 등은 (이하, UC) 자신의 특허출원과 브로드 연구소의 등록특허 간의 저촉심사(interference)를 미국 특허심판원(The Patent Trial and Appeal Board)에 신청하기에 이릅니다. 브로드 연구소의 출원이 UC 출원보다 늦게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특허를 빨리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브로드 연구소가 우선심사(accelerated examination) 신청을 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저촉심사는 2013년 3월 AIA(America Invents Act; 선출원주의로 전환하는 개정법) 도입 이전에 미국 특허법이 취하던 선발명주의에 따른 것으로, 서로 경합하는 발명의 특허출원들(또는 등록특허와 특허출원)이 있을 때 어느 것이 선발명인지를 판단하는 절차입니다. 상기 특허들의 경우 역시 AIA 도입 이전에 출원된 것으로서 저촉심사의 적용대상이었습니다.

저촉심사 결과 후발명으로 판단되는 특허출원(또는 등록특허는)은 35 USC § 102(g)규정에 의하여 거절(또는 무효)사유를 갖게 되기 때문에 UC는 자신의 특허출원이 선발명이며 브로드 연구소의 등록특허는 이에 저촉되는 후발명임을 입증하고자 하였습니다. 반면, 브로드 연구소는 자신의 등록특허는 UC의 특허출원과 저촉관계에 있지 않으며, 따라서 저촉심사는 개시되지 않았어야 함을 주장하였습니다.

2017년 2월 15일 미국 특허심판원은 저촉심사의 대상이 되었던 브로드 연구소의 등록특허와 UC 특허출원의 청구항은 서로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저촉심사절차를 종결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특허심판원은 특허가 서로 저촉관계에 있기 위해서는 각 당사자의 청구항이 상대방의 청구항을 선행문헌이라 가정할 때 신규성을 결여한 것이나 자명한 것으로 판단되어야 하는데, 브로드 연구소의 등록특허 청구항은 UC의 특허출원 청구항을 선행문헌이라 가정할 때 신규성을 결여하거나 자명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상기 사건에서 UC 특허출원 청구항은 CRISPR-Cas9 시스템을 적용하는 환경을 별도로 한정하고 있지 않았지만 브로드 연구소의 등록특허 청구항은 상기 시스템을 진핵세포에 대하여 적용함을 명시적으로 한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차이점에 근거하여 양당사자는 브로드 연구소 등록특허 청구항이 UC 특허출원 청구항에 비추어 볼 때 신규성을 결여하는 것이 아님에는 다툼이 없었습니다.

브로드 연구소는 UC 특허출원 발명자들의 논문에 따르면 CRISPR-Cas9시스템이 진핵세포에서도 작용할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언급하고 있는 점, 상기 논문 발표 이후에도 발명자들이 상기 기술의 진핵세포 적용에 있어서의 난관을 논의하며 이를 해결함은 심오한 발견임을 언급한 점을 제시하였습니다. 따라서 통상의 기술자가 CRISPR-Cas9 시스템이 진핵세포에서도 성공적으로 적용되리라는 합리적인 기대(a reasonable expectation of success)를 가질 수 없었을 것이고, 따라서 자신의 청구항은 UC 특허출원 청구항으로부터 자명하지 않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UC는 상기 논문에서 발명자들이CRISPR-Cas9 시스템의 진핵세포내에서 적용결과가 알려지지 않았다고 확인하고 있는 것일 뿐, 이것이 진핵세포에서의 성공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를 부정하는 내용은 아니라고 반박하였습니다. 또한 저촉심사에서의 판단에 있어 통상의 기술자의 견해가 중요한 것이고 실제 UC 특허출원 발명자의 견해가 통상의 기술자 견해와 동일시 되어서는 안된다고 반박하였습니다.

특허심판원은 UC 특허출원 발명자들이 상기 기술의 진핵세포 적용에 대한 성공에 확신이 없었다면 통상의 기술자는 더더욱 확신이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하였고, 또한 저촉심사에서 제출된 기타 전문가 증언 자료에 비추어 볼 때 통상의 기술자가 상기 시스템의 진핵세포내에서의 적용 성공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를 가질 수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상기 특허심판원의 결정을 UC가 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다툴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만약 특허심판원의 결정이 이대로 확정되고 UC도 차후 특허등록을 받게 될 경우 진핵세포로 달리 적용환경을 한정하지 않은 UC 특허(genus)와 진핵세포로 적용환경을 한정한 브로드 연구소 특허(species)가 함께 공존하게될 것 입니다. 이 경우 인간을 대상으로 한 치료목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처럼 진핵세포에서CRISPR-Cas9 시스템을 실시해야 하는 경우 UC와 브로드 연구소 양자에 실시허락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도 있게 될 것이고, 실시료 부담은 더 커지게 될 것입니다. CRISPR-Cas9 시스템을 실시하는 연구주체나 기업은 본 사건의 추후 진행상황과 자신들의 실시기술이 이들 특허 혹은 특허출원의 청구항 범위에 포함되게 될지의 여부에 대해 미국특허(출원)뿐만 아니라 국내에서의 대응 출원에 대해서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