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평균 약 80건의 상고사건을 심리하는 미국 연방대법원(이하 “대법원”)이 2주 연속 특허관련 사건의 Oral Hearing을 하는 것은 아주 드물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3월 21일에 있었던 특허소진(特許消盡: Patent Exhaustion)에 관한 Lexmark v. Impression 케이스에 이어, 지난 주 월요일(3월 27일)에 미국특허소송에 커다란 파급력을 지닌 또 다른 사건의 Oral Hearing을 열었습니다. 바로 TC Heartland v. Kraft Foods Group Brands 케이스입니다.

본 건은 Kraft사가 Delaware 주 연방법원에 설탕보조제(sweetener) 업체인 TC Heartland를 특허침해로 고소하면서 시작되었는데, 피고인 TC Heartland가 소송 Venue를 TC Heartland의 본사가 있는 Indiana주 연방법원으로 이전하려는 motion을 내었으나 법원이 거절하고, 연방순회항소법원(이하 “CAFC”)도 이러한 venue 이전을 불허하였습니다. 이에 불복하여 TC Heartland는 연방 대법원에 상고를 신청하고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인(writ of certiorari) 것입니다. 그리하여 특허침해의 여부가 아닌 소송의 절차적인 이슈를 대법원에서 다루게 되었습니다.

본 건의 키워드는 “venue”입니다. Venue를 굳이 한국법률용어로 번역하면 “재판적(裁判籍)”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한국법제연구원 용어사전). 소송 또는 재판이 열리는 장소지요. 본 건의 이슈는 특허소송의 venue를 어디로 결정하느냐는 것입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는 특허소송의 Venue가:

(1) TC Heartland의 주장대로 법령(statute)인 28 U.S.C. 1400(b)와 대볍원의 1957년 판례(Fourco Glass Co., v. Transmirra Products Corp.)에 근거하여, 피고가 법적으로 거주하거나(resides or place of incorporation) 정상적인 사업 거점(regular and established place of business)을 가진 곳이 되어야 하는지(즉, CAFC의 판결을 대법원이 뒤집을 것인지), 아니면

(2) 원고인 Kraft의 주장대로 법령인 28 U.S.C. 1391(c) (2011년 개정)와 CAFC의 1990년 판례인 VE Holding Corp. v. Johnson Gas Appliance Co.)에 근거하여, 피고가 사업을 영위하는 어떠한 곳(anywhere the defendant does its business)이라도 될 수 있느냐입니다. 즉, 대법원이 CAFC의 판결을 확인(affirm)해 줄 것이냐는 것이지요.

본 건에 대하여 미국특허에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커다란 관심을 갖는 이유는 대법원 판결이 Non-Practicing Entity(NPE) 또는 Patent Assertion Entity(PAE)라고도 불리는 Patent Troll(이하 “NPE”)의 특허소송 및 라이센싱 사업에 미칠 영향이 지대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특허소송에서 NPE가 제기하는 소송은 최근 5년 간 소송 건수 기준으로 55~65%에 달합니다. 그런데 NPE들이 가장 선호하는 venue는 텍사스 동부지법(Eastern District of Texas; 이하 EDTX)인데, 매년 전체 특허소송의 40% 이상이 이곳 EDTX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EDTX가 특허권자의 소송 승률이(약 75%) 다른 곳(약 55%) 보다 훨씬 높은데다가 소송진행이 빨라 특히 피고의 소송비용이 조기에 급증하여 피고에 불리하며, 다른 지역 법원으로의 venue 이전(transfer)를 좀처럼 허용해 주지 않으며, 또한 미국특허청 무효심판(Inter Partes Review: IPR)이 있어도 소송을 정지(stay)시키지 않고 진행하는 등 원고(특허권자)에게 지극히 유리한 venue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본 건 TC Heartland 소송에서 대법원이 TC Heartland의 손을 들어주게 되면, 즉, 특허소송의 venue로, 피고가 법적으로 거주하거나(resides or place of incorporation) 정상적인 사업 거점(regular and established place of business)을 가진 곳이 결정되면, NPE들은 이제껏 피고가 사업을 영위하는 곳이라는 이유만으로 특정지역(즉, NPE들이 특별히 선호하는 venue)에서 소송을 진행할 수 있었던 근거를 상실하게 될 것이 뻔합니다. 그렇게 되면 최근 2~3년 간에 있었던 대법원의 반(反) NPE적인 판례들(Alice, Octane Fitness 등)과 NPE들의 소송남용(?)에 불리하게 개정된 소장 구성관련 규정(Pleading Rule) 등에 이어 NPE들은 또 한 번의 아주 불리한 판례를 안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본 소송에서 TC Heartland는 본건 이슈인 TC Heartland 케이스의 venue 이전과는 조금 무관하지만(본건은 Delaware에서 Indiana로 venue 이전하는 것이 이슈), 위에서 언급한 NPE의 EDTX 선호에 따른 소송 불균형을 집중 부각시키면서 정책적인 면을 고려해서라도 대법원이 특허소송의 venue로 (1)을 결정해줄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양당 정치 구도 하에 연방대법원 대법관 9명의 성향도 각각 보수와 진보로 구분되어 있는 편입니다. 본 건과 관련하여 판사의 성향을 보고 판결예측을 하는 기사나 기고를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제가 보기엔 공화당 성향의 대법관들은 대기업의 입장에 좀 더 귀를 기울이는 성향이고, 따라서 특허소송을 많이 당하는 대기업들이 원하는 대로 본 건에서 피고(TC Heartland)의 입장을 지지하고, 반대로 민주당 성향의 대법관들은 특허권자들 편에서 원고(Kraft)의 입장을 지지하여 CAFC의 판결을 확인해 주려고 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현재 대법원 판사는 1명이 공석(Antonin Scalia, 2016년 작고)인데, 보수와 진보 성향 판사들이 각각 4명씩입니다.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본 건에서는 TC Heartland가 대기업이 아니고 Kraft가 대기업입니다.

어쨌건, 3월27일 Oral Hearing에서 판사들의 질문과 지적들이 이러한 이념적 성향을 띨 수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하던 바였습니다. 그런데 Oral Hearing의 Transcript를 보면 TC Heartland의 입장을 지지하는 듯한 느낌을 준 판사는 대법원장(Chief Justice)인 John Roberts(George W. Bush 대통령이 임명; 당연히 공화당 성향)뿐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Oral Hearing transcript를 보면, Justice Roberts가 Kraft의 대리인에게 묻기를, 원고의 주장대로 28 U.S.C. 1391(c)이 모든 venue(“for all Venue purposes”)를 결정하는 법령 (“for all Venue purposes”)이고, 이러한 법령이 피고가 주장하는 특허소송 venue 법령인 28 U.S.C. 1400(b)에 우선한다면 법을 제정하는 의회(Congress)가 좀 더 구체적으로 이에 대한 언급을 했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발언했습니다. 또한 Justice Roberts는 EDTX에 특허소송이 집중되는 것에 대한 걱정도 내비쳤습니다. 그러나 TC Heartland의 입장을 지지하는 듯한 성향을 보여준 판사는 Justice Roberts 뿐이었습니다. 다른 공화당 성향 판사인 Samuel Alito와 Clarence Thomas는 아무런 질문이 없었고, Anthony Kennedy 판사의 경우 TC Heartland의 소재를 확인하는 질문 이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성향의 대법관들은 Kraft의 입장에 서 있는 듯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Stephen Breyer 대법관의 경우, 본 건에서 왜 patent troll(NPE) 문제가 이슈가 되느냐, EDTX에 특허 케이스가 집중되는 것과 본 건이 무슨 상관있느냐고 했으며, Ruth Ginsburg는 원고의 주장인 28 U.S.C. 1391(c)이 모든 venue(“for all venue purposes”)가 특허소송에 적용된다는 입장을 지지하는 것이 뚜렷해 보였고, 심지어 이 노년의 여성 대법관은 Delaware도 기업들이 아주 많이 법적으로 거주하면서 특별히 선호되는 venue라면서 TC Heartland의 EDTX 문제에 모순이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Justice Ginsburg는 작년 11월 대통령 선거 이전에 “Trump는 거짓말쟁이(faker)다 … 그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뉴질랜드로 이민가야 하나”면서 Trump를 비난했던 대법관(나중에 사과하기는 했지만)입니다. 신참 대법관인 Elena Kagan의 경우, 의회가 28 U.S.C. 1391(c)을 2011년 개정하면서(“for all venue purposes”를 추가) 이 문제를 확실히 한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그리고 TC Heartland의 대리인이 유독 특허분야에서만 이런 소송집중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데 대해서 지난 30여 년 간 이렇게 해오지 않았느냐(즉, CAFC의 판례대로 위의 (2)번에 따라왔음)고 지적했습니다. Sonia Sotomayor 대법관은 Kraft사 대리인이 말한 바, 만약에 (1)번에 의한 venue rule이 결정되면 브랜드 제약회사들의 제네릭 제약회사들에 대한 특허소송이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입장에 동의하는 듯해 보였습니다. 이상 민주당 성향의 대법관들만을 놓고 보면 TC Heartland가 CAFC의 판결을 뒤집들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적어도 Oral Hearing 으로만 보면.

물론 Oral Hearing 결과만으로 선고가 어떻게 될 것을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만, 저는 조심스럽게 대법원이 CAFC의 결정을 확인(affirm)할 것이라고 봅니다. 주위에는 “지난 30여 년 간 CAFC의 방식대로 (2)번을 유지해 온 것을 굳이 왜 대법원이 이번에 다시 다루겠느냐, 뒤집으려고 대법원이 상고를 받아들인 것이 분명하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모두들 특허소송의 EDTX 집중 문제를 심각한 편중현상이라고 보고 있지요. 그러나 Kraft의 대리인 말대로 TC Heartland가 주장하는 (1)번이 특허소송의 venue를 결정하는 rule로 결정된다고 해서 특허소송의 편중이 없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1)번으로 결정되면 EDTX 대신 Delaware(기업들이 가장 많이 법적으로 등록한 곳)나 미국의 하이테크 기업들이 가장 많이 몰려 비즈니스 활동을 하는 실리콘밸리 지역인 Northern District of California(이하 “NDCA”)로 소송이 집중될 것 같다는 말이지요. 이들 기업들이 특허소송의 주요 타겟이니까요. 인구 24,000명의 텍사스 주 시골인 Marshall(EDTX 중에서도 가장 특허소송이 많이 제기되는 곳)에서 미국의 부가 집중되어 있는 실리콘밸리나 수많은 기업들의 법적 주소지인 Delaware 주로 특허소송 편중의 대상만 바뀌는 것이지요.

Marshall은 조금 과장을 보태서 특허소송으로 먹고 사는 지역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몇몇 고급 레스토랑들은 특허소송을 위해 방문하는 외지인(부자기업들의 변호사들 포함)들을 위해서만 있습니다. 숙박업소도 이들 때문에 호황이지요. Marshall 현지인들이 이용하기엔 부담이 되는 가격을 지불하지요. 요즘 Marshall 지역은 TC Heartland를 미워합니다. 비즈니스를 고스란히 부자동네인 San Jose(NDCA 지역)나 Wilmington(Delaware주)으로 빼앗길 위기를 절감하고 있습니다.

본 건에는 TC Heartland의 주장인 (1) 을 지지하는 16개의 법정의견서(amicus curiae brief)가 제출되었는데, 50여 개의 업체들(Intel, Dell, HP, eBay, Walmart, Adobe, FedEx, HTC, SAP, Macy’s 등) 및 17개 주 정부(Texas, Illinois, Virginia 등), 그리고 61명의 대학교수들이 참여했습니다. 반대로 원고인 Kraft의 주장인 (2)를 지지하는 11개의 법정의견서도 제출되었는데, 33개의 업체(practicing entities), 22명의 대학교수들, 각종연구기관 및 대학들, 그리고 Whirlpool 같은 가전업체들이 참여하였습니다. 그만큼 특허업계의 관심이 크고 전체적인 균형은 TC Heartland 쪽으로 ���울어져 보입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CAFC의 결정을 대법원이 확인(affirm)할 가능성이 조금 더 있다고 예측해 봅니다. TC Heartland가 의존하는 대법원의 Fourco Glass 케이스는 1957년도 판결입니다. 지금 같이 교통과 통신이 발달되었던 때가 아닙니다. 그리고 TC Heartland 주장의 근거 법령인 28 U.S.C. 1400(b)와 달리 Kraft 주장의 근거인 28 U.S.C. 1391(c)는 가장 최근(2011년)에 개정되어 모든 분야의 소송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특허 피소를 많이 당하는 기업들이 Texas Marshall에서 소송을 당한다고 해서 불편한 것이 그렇게 많은 것 같지도 않습니다. 대개 그렇듯 소송의 5% 미만이 Trial로 가는데, 그 때까지 원고와 피고가 Marshall을 방문하는 경우가 몇 번 없습니다. 30년 간 유지해 온 venue rule을 지금 와서 뒤집는 것이 많이 어색하고, 이제껏 법원은(심지어 EDTX도) venue 이관 법령인 28 U.S.C. 1404(a)에 근거하여 소송 당사자들과 증인, 소송의 성향 등을 고려해서 venue 이관 (transfer)을 잘 해왔습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데 소송을 자기 관할지역에 붙들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EDTX의 판사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직접 참여한 케이스들 중에 EDTX에서 NDCA로 이관(transferred)된 경험도 있습니다.

아무튼 다가오는 6월 최종판결에서 대법원이 CAFC의 판결에 대한 최종결정과 함께 특허소송 편중에 대한 정책적인 문제도 언급할 것으로 봅니다. 그 때 가서 기회가 되면 다시 이 블로그를 통해서 venue 문제를 짚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