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U.S.C. § 112(b)

미국 특허법은 청구항이 발명을 명확하게 한정할 것을 요구합니다.

35 U.S.C. 112 SPECIFICATION.

(b) CONCLUSION.—The specification shall conclude with one or more claims particularly pointing out and distinctly claiming the subject matter which the inventor or a joint inventor regards as the invention.

즉 § 112(b)에 의하면 특허청구항은 발명자 혹은 공동발명자가 발명이라 주장하는 바를 특정하여 지칭하고(particularly point out) 뚜렷하게 청구(distinctly claim)해야 합니다. 좀 더 쉽게 풀어 이야기하자면 청구항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발명의 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특허가 보호하는 발명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가 없으면 자신이 제조하는 제품이 해당 특허를 침해하는지 여부도 알 수가 없을 테니까요.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The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이 지난 8월 26일에 판시한 Liberty Ammunition, Inc. v. United States에서 바로 이 조항이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사건의 발단

미군은 소총에 사용되는 탄환에 무른 금속(주로 납)으로 이루어진 탄두를 구리 등의 단단한 금속으로 감싸는 방식을 주로 사용해 왔습니다. 이러한 탄환은 탄두를 금속으로 외투처럼 완전히 감싼다고 하여 풀메탈재킷 (full metal jacket, FMJ) 탄으로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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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메탈재킷 탄환 TFoxFoto/Shutterstock.com

FMJ 탄은 탄두에 빈 공간이 있어 목표물 관통 시 탄알이 찌그러지는 할로 포인트 (hollow point, HP) 탄에 비해 살상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관통력과 신뢰성이 우수하여 세계적으로 여러 군에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한편 미군은 지난 1990~2000년 경에 기존 탄환의 납 성분을 대폭 줄이도록 한 친환경 “그린 탄약 프로그램”을 적극 추친하였습니다. 이에 발맞추어 각종 군수업체들도 군에 친환경 탄약을 납품하기 위해 새로운 탄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는데요. 이러한 군수업체 중 하나였던 리버티 애뮤니션(Liberty Ammunition, 이하 “리버티”)이 납을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방식의 탄환을 개발하게 이르렀는데 이 관련기술로 미 특허 7,748,325를 취득했습니다. 훗날 리버티는 미군의 신형 탄약인 5.56 mm 구경 M855A1 탄환과 7.62 mm 구경 M80A1 탄환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를 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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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티의 7,748,325 특허, 도면 1

도면에서 보듯이 리버티가 개발한 탄환은 탄환 몸체(body)가 머리부위(nose portion, 14)와 꼬리부위(tail portion, 16)로 나뉘어져 있고 접점부위(interface portion, 18)가 그 둘을 결합해 주는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청구항 1번과 32번이었는데요, 그 중 특히 청구항 1번은 특허범위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습니다.

1. A projectile structured to be discharged from a firearm, said projectile comprising:

a body including a nose portion and a tail portion,

said body further including an interface portion disposed in interconnecting relation to said nose and tail portions, said interface portion structured to provide controlled rupturing of said interface portion responsive to said projectile striking a predetermined target,

said interface portion disposed and dimensioned to define a reduced area of contact of said body with the rifling of the firearm, said interface portion maintaining the nose portion and tail portion in synchronized rotation while being fixedly secured to one another by said interface portion whereby upon said projectile striking said predetermined target said interface portion ruptures thereby separating said nose and tail portions of said projectile.

여기서 문제가 된 부분은 바로 “reduced area of contact”라는 표현이었습니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축소된 접촉면적”이 되겠는데요, 여기서 축소가 되었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축소가 됐다는 것이냐가 이 사건의 큰 쟁점이 되었습니다.

정도를 나타내는 말

뜨거운 국이 올라온 밥상 앞에 앉은 한 아버지와 아들의 일화를 기억하실 겁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끈한 국물을 한 수저 들이킨 아버지가 “캬… 그 국물 한번 시원하네!” 하며 탄성을 내뱉자 이를 본 어린 아들도 냉큼 자기 숟가락에 뜨거운 국물을 한가득 담아 맛을 보았습니다. 정말로 “시원한” 국물을 기대했던 아들은 입천장이 벗겨질 정도로 뜨거운 국물의 온도에 놀라며 아버지를 원망했다는 그런 내용이지요. 물론 우스개소리로 돌아다니는 내용이지만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주목할 만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시원하다”처럼 정도를 나타내는 말은 그 정도의 기준점이 명확하지 않으면 단어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점입니다. 한 사람에게 시원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더운 것이 될 수도 있고, 어느 사람에게 빠른 것이 또 어느 사람에게는 느리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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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chan/Shutterstock.com

특허명세서의 청구항은 특허보호의 범위를 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허의 범위는 그 특허를 침해했느냐 침해하지 않았느냐를 결정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에 그 범위는 누가 보아도 명확하고 변함이 없어야 합니다. “큰”, “작은”, “높은”, “낮은”, “개량된”, “축소된”처럼 정도를 나타내는 표현(term of degree)은 상대적 표현(relative terminology)의 일종으로서 이러한 표현은 청구항에서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사용하더라도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일상 대화에서는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사람들 간에 이러한 정도를 나타내는 말에 대한 기준이 암묵적으로 합의가 되어 있기 때문에 혼동의 여지가 적지만, 특허명세서에서는 발명자가 생각했던 기준이 당업자의 기준과 반드시 일치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특허청의 심사지침서인 MPEP(Manual of Patent Examining Procedure)에서는 § 112(b)와 관련하여 상대적 표현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MPEP 2173.05(b)):

청구항에 정도를 나타내는 말 등의 상대적 표현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청구항이 반드시 35 U.S.C. 112(b) 혹은 pre-AIA 35 U.S.C. 112, 제2문단에 의해 불명확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은 아니다. Seattle Box Co., Inc. v. Industrial Crating & Packing, Inc., 731 F.2d 818, 221 USPQ 568 (Fed. Cir. 1984). 청구항에 쓰인 표현이 적합한지 여부는 당업자가 청구된 내용을 명세서에 비추어 보아 이해할 수 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The use of relative terminology in claim language, including terms of degree, does not automatically render the claim indefinite under 35 U.S.C. 112(b) or pre-AIA 35 U.S.C. 112, second paragraph. Seattle Box Co., Inc. v. Industrial Crating & Packing, Inc., 731 F.2d 818, 221 USPQ 568 (Fed. Cir. 1984). Acceptability of the claim language depends on whether one of ordinary skill in the art would understand what is claimed, in light of the specification.

MPEP에는 상대적 표현의 종류를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1. 정도를 나타내는 표현 (terms of degree)
  2. 변수인 물체를 지칭하여 청구항을 불명확하게 하는 경우
  3. 근사치 (approximations)
  4. 주관적 표현 (subjective terms)

이 중에서 특히 첫 번째 항목에 관하여 MPEP는 “정도를 나타내는 표현”이 언제나 불명확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은 아니지만 에 그 정도를 한정하거나 특정할 수 있는 기준(standard for measuring the degree)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하여 그 기준에 준거하여 명확성 여부를 판단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MPEP, 2173.05(b).I.). 다시말해 청구항에 정도를 나타내는 표현이 모호하게 사용된 경우 명세서 안에 그 정도의 기준이 될 만한 사항을 반드시 명기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거절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축소된’ 접촉면적

1심이었던 미국 연방청구법원(United States Court of Federal Claims)에서는 “축소된 접촉면적(reduced area of contact)”의 의미를 “접점(interface)과 강선(腔線)이 서로 접촉하는 면적이 0.17~0.50 BMG (Browning Machine Gun) 구경의 기존 재킷식 납 탄약의 접촉면적보다 적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였지만, 미 정부는 항소심에서 이 해석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고 역설하면서 축소된 접촉면적의 판단기준에 미군이 종래에 사용하던 M855 탄약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왜냐하면 미 육군은 신형 탄약인 M855A1과 M80A1을 개발할 당시 일부러 구형 탄약 M855와 M80에 비해 접촉면적이 더 크도록 설계를 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인지한 듯 리버티 측은 1심 재판 과정에서 신형 탄환과 구형 탄환의 접촉면적의 직접적인 비교를 꺼리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항소법원은 “축소된 접촉면적(reduced area of contact)”이라는 표현이 정도를 나타내는 표현(term of degree)임에 일단 주시하며 “축소된”의 기준점이 청구항 1에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 기준을 명세서 안에서 찾고자 하였습니다. 다행히도 명세서에 “축소된”의 근거가 될 만한 내용이 빈약하게나마 기재되어 있었던 까닭에 항소법원은 청구항 1이 불명확하다고(indefiniteness) 판결하지는 않았으나, 발명자가 명세서에서 암시한 바에 따라 “축소된”의 기준점을 “2005년 10월 21일을 기준으로 나토(NATO)가 정하는 표준지급품 중 동일 구경의 재래식 재킷 납 탄환”으로 해석하였고, 이에 따라 미군의 구형 탄약인 M855와 M80이 비교대상으로 인정되면서 신형 탄약 M855A1과 M80A1이 리버티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청구항 작성 시 유의사항

이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청구항을 작성할 때에 정도를 나타내는 표현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 사용할 경우 특허의 범위가 발명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법원의 재량에 따라 제멋대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며 최악의 경우 (예를 들어 명세서에서조차 정도의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 경우) 특허 자체가 무효화가 될 수도 있음을 유념하고 명세서 작성 시 신중을 기해야 하겠습니다. 따라서 정도를 나타내는 말을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명세서에서 여러 가지 예시와 근거를 들어서 정도의 기준을 명확하게 기술해 주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청구항 자체에 그 기준을 분명히 명시해 주어서 (예를 들어 “than”, “compared to”, “based on” 등의 표현을 사용하거나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 오해의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최상책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