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에볼라, ISIL, 우크라이나 사태와 그에 따른 제재 조치들, 유가 하락 등 최근 여러 사건이 발생하면서 불가항력조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1999년판 FIDIC 계약약관1 ("FIDIC") 및 일본엔지니어링진흥협회(ENAA) 계약약관2 등 국제 건설 계약의 불가항력조항이 개별 사건의 계약 당사자들에게 어떠한 구제를 제공할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FIDIC 및 ENAA 불가항력 조항

FIDIC

FIDIC Sub-Clause 19.1은 (a)~(d)3 항의 요건이 충족되었을 경우 불가항력에 해당될 수 있는 특별한 사건이나 상황의 비포괄적인(non-exhaustive) 목록을 포함합니다. 이 목록에는 전쟁, 교전, 적국의 침략 및 행위(Sub-clause 19.1(i))와 테러, 군부 정권, 정권 찬탈(Sub-clause 19.1(ii)) 등이 포함되어, 원칙적으로 ISIL 공격과 같은 테러나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교전 등이 불가항력에 해당될 것으로 보입니다. 동 목록은 불가항력에 해당하는 모든 경우를 나열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a)~(d)항의 요건이 충족된다면 에볼라와 같은 전염병도 불가항력의 범위에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상기 요건이 충족된다 하더라도, 불가항력 사태로 인해 일방이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할 수 없을 경우에만 구제가 가능합니다. 단순한 경제적 수익성의 이유가 아닌, 물리적이거나 법적인 이유로 의무 이행이 불가능해야 합니다4. 이는 매우 높은 기준으로, 이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도급업체가 불가항력으로 인하여 의무 이행이 불가능한 경우, 적절한 통지를 하여 공기 연장은 물론 불가항력으로 인해 발생한 추가 비용 청구도 가능합니다(Sub-clause 19.4). 불가항력으로 인해 장기간 작업 수행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계약을 조기에 종료할 수도 있습니다.

새롭게 취해진 제재 조치들로 인해 계약 이행이 영향을 받는 경우에는 FIDIC Sub-clause 19.7이 대안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불가항력 등을 포함한) 당사자들의 통제 밖의 사건이나 상황으로 인하여 일방 또는 양방이 계약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불법이 되는 경우, 또는 계약 준거법에 의하여 당사자들이 계약 의무를 더 이상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 당사자들은 계약을 더 이상 이행하지 않아도 됩니다. 예를 들어, 계약일 이후 프로젝트나 프로젝트 당사자들에 대한 제재가 발효되어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거나 핵심적인 프로젝트 보험을 확보할 수 없게 되는 경우 이 조항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Sub-clause 19.7에 따른 구제가 가능한지의 여부는 관련 제재 조치의 강도와 범위, 그리고 프로젝트나 당사자들이 실제로 영향을 받는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ENAA

불가항력을 다루는 조항은 ENAA General Condition("GC") 37입니다. 이 조항도 FIDIC과 비슷하게 불가항력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는 사건들을 나열한 비포괄적인 목록을 제시합니다. ENAA는 문민 또는 군부 정권의 찬탈, 테러 행위(GC 37.1(b)), 전쟁, 교전, 적국의 침략 및 행위(GC 37.1(a)) 등을 언급하며, 전염병 또한 명시하고 있습니다(GC 37.1(e)).

그러나 ENAA 조건에서는, 불가항력 사건으로 인하여 계약상의 의무 이행이 "어려워지거나 지연(hindered or delayed)"된 경우에도 구제가 가능하다는 점이 FIDIC과 ENAA의 중요한 차이입니다. "Hinder"는 이행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더욱 어려워진 경우로 해석되어 왔습니다5. 따라서, 같은 종류의 사건이 두 개의 계약에서 불가항력의 정의에 포함된다 하더라도, FIDIC 계약에서보다 ENAA 계약에서 구제 범위가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ENAA 조건하에서, 도급업체는 계약 이행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워지거나, 지연되는 경우 언제나 공기를 연장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추가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도급업체는 핵반응, 방사능오염, 압력파, 또는 예상치 못했거나 보험을 통한 대비가 불가능한 위험(GC 32.2), "전쟁 위험"으로 인해 야기된 훼손이나 파괴로 인해 작업에 손실이나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추가 금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발주자는 또한 전쟁위험으로 인하여, 또는 전쟁위험과 관련하여 발생한 작업 수행 비용 증가분을 지급해야 합니다(GC 38.4 참조).

기타 계약상의 메카니즘

개정되지 않은 FIDIC 또는 ENAA 양식 계약에서 불가항력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프로젝트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가 하락이나 기타 경제 및 시장 상황의 변화으로 인해 계약의 수익성이 영향을 받거나 계약 이행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러한 상황들에 대비하여 표준 약관의 어구를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당사자들이 계약에 서명을 하기 전에 문제의 상황을 예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임시적인) 대체 해결책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의향서

당사자들이 건설 계약에 서명하기 전에 도급업체가 '의향서'의 조건에 따라 특정 가격에 제한된 범위의 작업을 수행할 것을 합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부분착공통지서'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발주자 입장에서는, 프로젝트의 재정적 타당성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젝트 전체 비용 지급을 약속하지 않으면서도 도급업체가 오프사이트(off-site) 설계 및 엔지니어링 작업과 같은 특정 초기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항목들을 발주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의향서를 신중하게 작성해야 관련 당사자들을 완전하게 보호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합의된 날짜 이전에 프로젝트가 최종적으로 취소되면, 도급업체가 분명 "위약금(termination fee)" 협상을 요구할 것입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경우, 당사자들은 우선 최종적으로 계약 협상을 마무리하고 계약에 서명해야 합니다.  

현장 접근 지연, 또는 작업 중단(FIDIC Sub-Clauses 2.1 및 8.8, ENAA GC 10.2 및 41.1)

발주자 재량으로 언제나 작업을 중단할 수 있는 권한도 건설 계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항입니다. 프로젝트 진행 여부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현장 작업이 시작되지 않은 경우에는 도급업체의 현장 접근도 연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권한들은 일시적 조치로서 적절히 행사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중단 기간이 길어지면, 도급업체가 중단된 작업의 생략을 요청하거나, 심지어 계약 해제를 요청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예, FIDIC Sub-Clause  8.11, ENAA GC 41.1의 2절). 또한, 일반적으로 도급업체는 접근 지연이나 작업 중단으로 인한 공기 연장이나 추가 비용(혹은 이익까지)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예, FIDIC Sub-Clauses 2.1 및 8.9, ENAA GC 40.1(e) 및 41.3).

변경(Variations/Changes)(FIDIC Sub-Clause 13.1, ENAA GC 39.1)

건설 계약은 일반적으로 발주자가 도급업체의 작업 또는 용역 범위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메카니즘을 포함합니다. 변경 메카니즘은 경제 상황의 변화로 인해 발주자가 공사에 변화를 주어야 할 경우 유용합니다. 그러나 발주자는 변경 조항을 통해 도급업체의 작업을 취소하고 제삼자와 더 낮은 가격에 계약을 할 수 없으며, 도급업체에게 배상도 없이 전체 프로젝트의 범위를 축소할 수 없습니다(FIDIC Sub-Clause 31.1, Abbey Developments Ltd v P.P. Brickwork Ltd (2003) C.I.L.L. 2033). 변경 지시에 따른 가치 변동의 감소폭(또는 증가폭)을 제한하는 계약이 있기도 합니다(ENAA GC 39.7). 

법률 변경(FIDIC Sub-Clause 13.7, ENAA GC 36)

도급업체는 법률 변경 조항을 통해 경제적 여건의 변화에 따른 공기 연장이나 비용 청구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경제적 상황 변화에 따라 법률 또는 규정상의 변화가 생겨 도급업체의 비용 및 경비가 변동되는 경우가 이런 경우에 포함됩니다(예, 자금 조달 옵션). 조항의 적용 범위에 따라, 도급업체는 공사 현장이 위치한 국가의 법률 변경을 근거로(FIDIC), 또는 설비가 제조되는 국가의 법률 변경을 근거로(ENAA) 이러한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법률 변경으로 인한 공기 연장이나 추가 비용 청구가 가능하긴 하지만, 계약 해제가 가능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FIDIC Sub-Clause 19.7 등이 적용되는 경우 제외).  

계약 해제(FIDIC Sub-Clause 15.5, ENAA GC 42.1)

프로젝트 종료가 결정되었다면, 발주자는 편의 해약 조항을 들어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본 조항이 계약에 포함된 경우).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발주자가 도급업체에게 작업 완수에 대한 기대, 임시 작업의 취소, 직원과 장비의 철수 등으로 인해 발생한 비용을 배상해야 합니다(FIDIC Sub-Clause 19.6). 많은 건설 계약들이, ENAA 조항에서와 같이, 도급업체가 완수하지 못한 작업에서 발생하였을 합리적 수준의 이익금에 대하여 청구할 수 있도록 합니다(ENAA GC 42.1.3(e)). 맞춤형 계약의 경우에도 주요 프로젝트 계약의 해제로 인하여 자동으로 계약 해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예, 양허계약).

FIDIC은 프로젝트 자금 확보에 대하여 우려하는 도급업체들을 위하여, 발주자가 프로젝트 자금 조달에 대한 합리적인 증거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에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하기도 합니다(Sub-Clause 16.2(a)).

결론

당���자들이 통제할 수 없는, 또는 발생시키지 않은 상황 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여러 계약 메카니즘이 있습니다. 계약 당사자들 및 프로젝트와 관련한 상업적 및 실무적 고려 사항들은 물론, 개별 사안의 상황 및 계약서에 명시된 구문에 다라 구제 범위가 달리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