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W는 1999년판 FIDIC Red Book을 기반으로 한 계약서에 따른 2008년 DAB 결정을 집행하기 위하여 오랫 동안 싸워왔습니다. PT Perusahaan Gas Negara (Persero) TBK v CRW Joint Operation (Indonesia) [2014] SGHC146 사건은 이와 관련한 가장 최근의 법원 판결입니다.

배경: 2009년 중재 및 2010/2011년 집행 절차

인도네시아 국유기업인 PGN은 사우스 수마트라(South Sumatra)에서 웨스트 자바(West Java)까지 천연가스를 운반하기 위한 파이프라인을 설계, 조달 및 프리-커미셔닝하기 위하여 인도네시아 회사인 CRW와 계약하였으며, 1999년 FIDIC Red Book 계약 양식("Red Book")을 채택하였습니다.

여러 계약 변경 문제가 빚어지며 양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였고, CRW는 계약에 따라 이를 분쟁심사회(Dispute Adjudication Board, "DAB")에 회부하였습니다. 2008년 11월 25일, DAB는 PGN이 CRW에게 미화 약 1천7백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하였습니다. PGN은 DAB의 결정에 대한 불만을 통지하고 CRW에게 당해 금액을 지급할 것을 거부하였습니다.

CRW는 DAB의 결정 금액을 즉시 지급받기 위하여 2009년 중재 절차를 시작하였습니다. 중요한 점은, CRW가 DAB 결정의 근거가 되었던 근본적인 분쟁을 중재에 회부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판정부는 CRW의 손을 들어주었고, PGN에게 DAB가 결정한 금액을 CRW에게 즉시 지급할 것을 명령하였습니다. PGN은 계속해서 지급을 거부하였고, CRW는 싱가포르 법원에서 PGN에 대한 집행 절차를 시작하였습니다.

2012년 7월 뉴스레터[여기를 클릭하세요]는 2010년 싱가포르 고등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다루었습니다.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이 판결에서 고등법원은 CRW의 중재 판정에 대한 집행 신청을 기각하였고, 2011년 상고법원은 이러한 고등법원의 판결을 유지하였습니다. 상고법원은 중재판정부가 단일 중재 절차에서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릴 때 DAB 결정에 대하여 검토하지 않아 PGN 측이 이의를 제기할 기회를 잃었으며, 이는 자연적 정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상고법원은 판정부가 임시 또는 부분 판정으로 지급을 명령하고 사건의 시비를 따질 심판권을 남겨두었다면 집행 절차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릴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2011년 중재

CRW는 그 후 상고법원이 지적한 내용을 반영하여 두 번째 중재를 시작하였습니다. CRW는 DAB가 결정했던 근본적인 분쟁("1차 분쟁")과 DAB의 2008년 결정에 따라 CRW가 즉시 지급을 받을 권리에 대한 분쟁("2차 분쟁")을 모두 중재판정부에 제출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PGN은 계약서의 중재조항과 싱가포르 국제중재법("IAA")에 따라 판정부가 1차 분쟁에 대해 같은 금액을 결정하는 경우에만 DAB 결정을 준수할 것을 명령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판정부는 이같은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고, "관련 절차들에서 제기된 당사자들간의 분쟁이 최종적으로 해결되기 전" DAB의2008년 결정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임시 또는 부분" 판정을 내렸습니다.

2014년 절차

PGN은 IAA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임시 판정을 무효화 할 것을 신청하였습니다. PGN은 최종 판정으로 인해 변경되면 더 이상 구속력을 가지지 않게 되는 잠정적 판정이 IAA에 의해 금지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IAA에는 판정부가 판정을 변경, 수정 또는 취소하는 것을 금지하는 명시 조항이 있어, 임시 판정으로 인해 PGN은 사실상 추가적으로 분쟁의 근본적 시비를 가릴 기회를 잃게 되었으며, 이는 자연적 정의 법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Red Book 제 20.4 ~ 20.7조

법원은 우선 DAB의 세부 사항과 계약서의 중재 조항을 살펴보았습니다. 계약서는 Red Book 표준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분쟁이 발생하면 DAB가 이에 대하여 판단하며, DAB는 회부를 받은 후 84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결정에 불만을 가진 당사자는 28일 이내에 불만을 통지해야 한다.

기한 내에 불만이 통지되면, 사안은 최종적으로 중재를 통해 해결될 수 있다(즉, 통지는 중재를 시작하기 위한 사전이행 조건).

불만 통지가 없는 경우, DAB의 결정은 최종적이며 구속력을 가지게 된다. 당사자가 결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그러한 불이행을 중재에 회부할 수 있다.

DAB 결정에 따른 즉시 지급 시스템은 흔히 "지금 지급하고 나중에 논하기"식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법원은 이를 계약상의 방침이라고 인정하였습니다. 즉, 현금 흐름을 유지하는 효과를 가져오면서, 발주자가 추후 절차를 통해 결정 내용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입니다.

법원은 제20.4 ~ 20.7조의 문제점을 발견하였습니다. 특히, 발주자가 불만을 통지하고 DAB 결정에 따른 지급을 거부할 때 시공사가 어떠한 절차를 따라야 하는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시공사가 제20.6조에 따라 2차 분쟁을 중재에 회부하고자 할 때 중재를 위한 사전이행 조건이 적용되는지, 그리고 시공사가 2차 분쟁만을 해결하고자 할 때 판정부가 DAB 결정을 검토하고 당사자들이 DAB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데 어떠한 제한이 있는지 등이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질문들의 답을 찾기 위하여, 법원은 1차 분쟁과 2차 분쟁이 실제로 하나의 분쟁인지 별개의 분쟁인지 고려하였습니다. 각각 별개의 분쟁이라면, CRW가 DAB 결정에 따라 지급 받을 권한에 대한 분쟁(2차 분쟁)과 근본적인 분쟁(1차 분쟁)은 별도의 절차에 따라 해결되어야 합니다. 이는 즉, 중재에 회부되는 모든 분쟁에는 반드시 그 분쟁에 대한 DAB 결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발주자가 불만을 통지하면 시공사는 중재를 시작하기 위해 2차 분쟁을 DAB에 보내야 하며, 이러한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게 됩니다. 이는 계약서가 의도한 "지금 지급하고 나중에 논하기" 방식과 상반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반면, "하나의 분쟁"으로 접근하는 경우, DAB 조항에서의 "분쟁"이란 분쟁해결제도에 대한 분쟁 보다는 1차 분쟁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다시 말하면, "분쟁"이 더 이상 다른 분쟁에서 기인한 분쟁을 의미하지 않게 됩니다. 따라서 DAB가 결정한 금액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1차 분쟁에 속하는 문제로 여겨질 수 있고, 이 문제를 중재에 회부하기 위하여 DAB의 결정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하나의 분쟁" 접근 방법을 받아들였고, 이는 2011년 중재에서 CRW가 취한 방법임을 언급하였습니다.

"임시 판정"의 효과

PGN은 IAA에 의해 모든 판정이 최종적이며 구속력을 가지게 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따라서 판정부는 IAA에 따라 잠정적인 효력을 갖는 부분 또는 임시 판정을 내릴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1차 분쟁이 최종적으로 해결되기 전 2008년 DAB 결정에 따라 즉시 지급을 요구하는 중재 판정은 잠정적 판정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판정이 비록 "임시"라고 표시되기는 하였지만 해당 사안에 대하여 최종적이고 구속력을 가지며, 따라서 IAA를 준수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해당 사안이란 2008년에 DAB가 결정한 금액을 즉시 지급받을 권리, 즉 2차 분쟁을 말합니다.

법원은 또한 제한된 기간 동안이지만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고안된 구제방법을 제공하는 잠정적 판정이 IAA에 의해 금지되었다는 데 의문을 표하였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판정이 다음 단계에서 "변경", "수정" 또는 "취소"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잠정적이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차 분쟁에 대한 최종 결정에서 PGN이 다른 액수를 지급해야 하거나 전혀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결정되는 경우에는, 당해 결정에서 적절한 회계 처리 방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PGN의 임시 판정 무효화 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결론

2013년 4월 1일자로 FIDIC이 발간한 "1999년판 계약조건 사용지침"은 제14조와 제20조 표준 조항을 개정하여, DAB 결정이 구속력을 가지는 경우나 최종적이면서 구속력을 가지는 경우 모두 DAB의 지급 결정 불이행을 중재에 회부하여 적절한 약식 또는 기타 속성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개정된 문구는 이와 같은 회부에는 제20.4조의 DAB 조항들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하여 앞서 언급된 "끊임없는 반복"을 방지합니다.

당사자들이 계약서에 개정된 문구를 포함하였더라도, 본 사건을 통해 DAB 결정에 대한 집행은 중재 통지의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결정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당사자들간의 모든 분쟁 사안들을 제기하고, 결정 집행을 위한 임시 판정을 신청해야 합니다. (2011년 싱가포르 상고법원의 판결에 비추어 볼 때) 초기 단계에서 모든 사안들을 다 제기하지 않으면 집행이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CRW가 DAB 결정 금액을 받는 데에는 약 6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PGN이 법원의 최근 판결에 불복하여 싱가포르 상고법원에 상소하였기 때문에 아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후 반대되는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본 판결이 FIDIC 1999년판 DAB 및 중재 절차의 효용성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 판결은 표준 계약 조항의 작용에 대하여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논하고 있으며, 다른 사법권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본 판결은 또한 싱가포르 법에서 집행 가능한 "판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유용한 분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