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원에 기초하여 우선권 주장을 수반한 후출원을 하는 것은 특허실무에 있어 빈번히 사용되는 전략입니다. 이의 주요한 목적은 특허요건 판단 시점을 우선일로 소급 받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있어 판단시점 소급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특허법에서는 우선일로의 판단시점 소급이 이루어지기 위하여, 후출원 청구항에 기재된 발명의 내용이 선출원 명세서에 의해 명시적 (expressly), 함축적 (implicitly) 또는 내재적 (inherently)으로 뒷받침 될 것을 요합니다. 여기서 발명의 내용이 명세서에 의해 뒷받침 된다는 것은, 발명자가 출원시점에 청구항에 기재된 내용을 발명했고 또한 소유하고 있었음을 통상의 기술자가 인정할 수 있는 정도의 기재를 의미합니다. 이는 다른 국가 특허출원에 기초한 우선권 주장 출원이든 미국 출원에 기초한 우선권 주장 출원이든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지난 9월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의 Yeda Research and Development Co. v. Abbott GmbH & Co. 사건에서는, Abbott의 후출원인 미국 출원이 우선권 주장의 기초가 된 선출원인 독일 출원의 출원일로 판단시점을 소급받을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Abbott의 미국 출원은 청구항에서 TBP-II라고 명명된 단백질을 분자량 및 아미노 말단의 아미노산 서열에 기초하여 특정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앞서 출원된 Abbott의 독일 출원은 미국 출원에 기재된 아미노산 서열의 “일부”만을 게시하고 있었지만, 단백질을 획득하는 과정, 이의 분자량 및 생물학적 활성, 그리고 단백질 분해효소인 트립신에 노출되었을 때의 분해특성을 명세서에 기술하고 있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독일 출원일과 미국 출원일 사이 시점에 TBP-II 단백질을 공지하고 있는 문헌이 존재하였고, 특허요건 판단 시점이 선출원일인 독일 출원일로 소급되지 못하면 특허의 신규성이 결여된다는 것에는 당사자간 다툼이 없었습니다. 또한, 독일 출원에 기재된 아미노 말단의 아미노산 서열(미국 출원에 기재된 아미노 말단의 아미노산 서열 중 일부)을 포함하고 있는 단백질은 TBP-II가 유일함에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본 사건에서 Yeda는 Abbott의 미국 출원이 독일 출원일로 판단시점을 소급받기 위해서는 독일 출원시점에 통상의 기술자가 해당 단백질이 독일 출원에 게시된 아미노산 서열(일부분) 뿐만 아니라, 미국 출원에 게시된 추가 아미노산 서열도 포함함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경우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반면, Abbott은 독일출원에 미국 출원의 아미노산 서열이 모두 기재되어 있지는 않지만, 다른 생물학적 특성들이 함께 설명되어 있어 미국 출원에 기재되어 있는 단백질로 특정이 가능하고, 따라서 독일 출원 명세서는 미국 출원 청구항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본 사건은 후출원 청구항에 기재된 발명의 내용이 선출원 명세서에 의해 내재적 (inherently)으로 뒷받침 되는 경우라고 판시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연방순회항소법원은 TBP-II가 독일 출원에 기재된 아미노 말단의 서열(미국 출원에 기재된 아미노 말단의 아미노산 서열 중 일부)을 포함하고 있는 유일한 단백질임에는 당사자간 이견이 없으므로 독일 출원과 미국 출원에 기재된 단백질은 동일한 단백질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독일출원이 미국 출원에 기재된 추가 아미노산 서열을 내재적으로 기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미국 출원의 판단시점은 독일 출원일로 소급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상기 판례는 후출원의 내용을 명시적으로 기재한 선출원 뿐만 아니라 내재적으로 기재한 선출원도 판단시점 소급을 받을 수 있는 우선권 주장의 기초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상기 판례에서 쟁점이 된 독일 출원과 미국출원은 각각 1989년 및 1990년에 출원된 것으로, 이는 무려 26년 전입니다. 이때와 달리 현재는 시퀀싱 기술의 발달로 서열정보를 밝혀내는 데에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아 서열해독이 완료된 후 특허출원을 하는 경우라도 빠른 출원일 확보에 큰 부담이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빠른 출원일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체 서열정보가 없는 경우라도 단백질의 분자량, 이를 획득하는 방법 및 기타 특성을 통해 단백질을 특정할 수 있는 경우라면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출원을 먼저 진행하여 빠른 출원일을 확보하고 이후 완벽한 서열정보를 갖춘 우선권 주장출원을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겠습니다. 더욱이 AIA 개정 이후, 미국특허법은 기존의 선발명주의를 탈피해 선출원주의를 취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상기 전략은 실무에서 더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상기 판례의 경우와 달리 선출원에 기재된 서열 정보에 의해 특정되는 단백질이 후출원에서 정의되는 단백질 이외에도 여러개가 있는 경우, 선출원 명세서가 후출원 발명의 내용을 내재적으로 기재하고 있다고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어 상기와 같은 전략을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