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허법 § 284조는 특허 침해가 인정되는 경우 법원의 재량에 의해 손해 산정액의 세 배까지 배상액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악의 또는 고의로 특허를 침해한 침해자에게 § 284의 규정에 근거하여 징벌적 목적으로 가중된 손해 배상액을 부과하여 왔습니다.

본 블로그를 통해 소개해드린 2016년 6월 13일 대법원 사건인Halo Electronics에서 고의적 특허침해에 대해 징벌적 손해 배상의 적용 요건이 완화되었습니다. 즉, 특허 침해자가 특허침해에 대한 “객관적인 무모함(objective recklessness)”이 있어야한다는 요건을 없애고, 특허 침해자가 침해 행위를 알았거나 아는 것이 명백하다는 “주관적인 인식(subjective knowledge)”의 입증만으로 징벌적 손해 배상을 판단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한 것입니다. 또한 특허침해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위한 특허권자의 입증 책임 정도를 기존에 요구되던 명백하고 확실한 증거(clear and convincing evidence) 기준에서 우세한 증거(preponderance of the evidence) 기준으로 낮췄습니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특허 침해 소송에서 승소한 특허권자가 고의적 침해를 입증하는 것이 더 쉬워졌습니다. 실제 Halo 판결 이전에는 고의에 의한 특허 침해 여부에 대해 고의성을 다툴 사실 관계가 없다고 하여 침해자가 약식 판결(summary judgment)을 받는 경우가 40% 이상이었는데 Halo 이후에는 특허 침해자에게 유리한 약식 판결이 급감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이 재판에서 배심원에 의해 특허 침해자의 고의성에 대한 주관적 인식 여부를 다툴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게 된 것입니다.

이전의 Seagate 기준에 의해 고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었던 특허 침해자가 Halo 사건 이후 징벌적 손해 배상을 부담하게 된 사건이 있습니다. 최근 루이지애나 연방지방법원에서 나온 MGA Entertainment Inc.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2006년으로 거슬러갑니다. Innovention은 자신의 레이저 보드게임에 관한 특허출원을 2006년 2월 제출하였습니다. Innovention의 특허발명은 체스판과 같은 보드 게임에서 보드에서 레이저가 나오고, 플레이어는 거울과 같은 장치가 있어 레이저빔을 반사시켜 상대편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게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한편, 같은 시기에 MGA도 레이저 보드게임을 개발, “Laser Battle”을 출시하게 됩니다. 이를 알게된 Innovention은 2006년 자신의 공개특허 사본과 함께 경고장을 보내지만 MGA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서 월마트, 토이저러스 등 대형마트에서 Laser Battle을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Innovention은 2007년 9월 특허 7,264,242호 (이하 “’242 특허”)를 등록한 이후 바로 MGA와 월마트, 토이저러스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릅니다.

2012년 배심원들은 MGA의 침해를 인정하며 일실이익(lost profit)과 합리적인 로열티 금액으로 160만 달러를 지불하도록 평결을 내렸습니다. 또한 배심원들은 MGA의 침해가 고의적이라고 판단하고, 특허 등록 시점 이후의 실시에 따른 손해배상액뿐만 아니라 특허 출원이 공개된 시점 이후로부터 특허 등록 시점까지의 실시에 대해 특허법 § 154조의 특허발명 공개에 따른 보상금까지 함께 배상하도록 결정하였습니다. 연방지방법원 Susie Morgan 판사도 침해가 고의적이었다고 판단하여 배심원들이 결정한 손해액을 세 배 정도 늘려서 약 470만 달러의 징벌적 배상금을 물도록 하였습니다. § 284조에 의한 법원의 재량을 행사한 것이지요.

MGA는 이러한 판결에 불복하며 평결불복법률심리(Judgment as a Matter of Law) 또는 새로운 재판을 신청하였습니다. MGA는 주장하기를, (i) 자신들은 ‘242 특허가 레이저 보드 임에 관한 선행기술 Switft (U.S. Pat. No. 5,145,182)에 의해 자명하다고 믿었고, (ii) 이러한 믿음이 합리적이었기때문에 기존의 Seagate에 의해 요구되는 객관적 무모함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Morgan 판사는 통상의 기술을 가진 당업자에게 ‘242 특허가 Swift에 비해 자명하지 않다는 증거가 충분하였고, 따라서 ‘242 특허가 자명하다고 믿었다는MGA의 방어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하면서 MGA의 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이에 MGA는 ‘242 특허의 비자명성 및 고의적 침해 판결에 대해 연방항소순회법원에 항소하였습니다.

2015년 4월 29일, 연방항소순회법원은 Innovention의 특허의 유효성과 MGA 특허침해에 대해 배심원 결정에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고의적 침해 여부에 관해서 지방법원과 다른 입장을 보였습니다. 연방항소순회법원은 Swift와 ‘242 특허 사이에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그 차이점이 Swift에 의존한 MGA의 자명성 방어 주장이 불합리할 정도로 큰 차이는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즉, Swift에 비해 ‘242 특허의 자명성이 인정될만한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침해의 고의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242 특허가 Swift에 비해 자명성이 없다고 한 MGA의 판단이 Seagate의“객관적인 무모함”에 이를 정도로 Swift와 ‘242 특허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따라서 연방항소순회법원은 Morgan판사의 징벌적 손해배상 결정을 파기하였습니다.

이후 아시다시피 2016년 6월 Halo 대법원 판결에 따라 기존의 Seagate는 이제 더이상 유효한 법이 아닙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연방항소순회법원에 Morgan판사의 징벌적 손해배상 결정을 파기한 위 판결을 Halo 판결에 비추어 재고할 것을 지시하였고, 연방항소순회법원은 Morgan판사에게 새로운 Halo 기준에 따라 징벌적 손해배상 여부를 다시 결정하도록 사건을 환송하게 됩니다. Morgan판사는2017년 3월 8일자 판결에서 MGA가 고의적으로 Innovention의 특허를 무시, 발명을 카피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약 420만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부과하였습니다.

본 사건에서 MGA가 경고장을 받은 이후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Innovention의 특허에 대해 눈을 감은 것이 큰 실수였다고 보여집니다. Seagate에 의하면 특허 침해자의 고의가 있었더라도 특허 침해자의 행위가유효한 특허를 침해할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높았음을 특허권자는 명백하고 확실한 증거(clear and convincing evidence)에 의해 입증해야했습니다. 따라서 특허 침해자가 고의 침해를 방어하는데 변호인의 특허 무효/비침해 의견을 받아두어야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Halo 이후에는 특허권자로부터 특허 침해의 통지를 받고 난 이후에는 침해 행위에 대한 주관적인 인식이 성립된다고 보이기 때문에 특별한 방어 수단이 없이는 고의 책임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특허 침해 통지를 받으면 신속하게 변호사로부터 특허 무효/비침해 의견을 받을 것이 요구됩니다.

또한, 변호사의 의견서의 내용도 선행 기술과 해당 특허와의 차이점을 충실히 분석하고 당업자의 기준에서 특허발명을 무효를 주장할 근거가 충분한지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여야 할 것입니다. 의견서에 특허발명의 구성요소들과 선행기술과의 충분한 분석 없이 단순히 개략적으로 결론만 제시하는 경우에는 침해자가 변호인 의견서를 신뢰한 것만으로 고의성이 없었음을 방어하기에는 미흡할 것입니다. 한편, 특허 소송전 변호인의 의견서를 바탕으로 고의 침해의 방어 방법으로 쓸 경우 이전 포스팅에서 다룬 바와 같이 증거개시 절차(discovery)에서 변호사-의뢰인 간의 특권(attorney-client privilege)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되어 보다 넓은 범위의 증거개시가 이뤄질 소지가 있음은 염두에 두어야할 중요한 사항이겠지요.

박수진 변호사는 미국과 한국 모두의 특허 업계에서 다년간의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통신, 반도체 제조, 집적 회로, 신호 처리, LCD 디스플레이, 컴퓨터 소프트웨어,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비즈니스 방법 등의 폭넓은 기술 분야에 대해서 특허 출원, 기술가치평가, 특허동향조사 및 특허 포트폴리오 강화, 침해분석, 분쟁대응, 라이센싱 및 소송 등 지적재산 전반적인 업무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재미한인특허번호사협회(KAIPBA)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